진화하는 ‘불공정 하도급 근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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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불공정 하도급 근절 정책’
  • 지철호
  • 승인 2012.04.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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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정비→대기업 자율시정→ 협약
불공정행위 뿌리 깊어 정부만으론 한계
힘모아 ‘동반성장’ 문화 뿌리내려야 해결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이에 대한 공정위의 정책이 매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공정행위가 법·제도의 정비로 일거에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의식과 행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공정한 거래문화가 정착되어야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하겠다.

불공정 하도급 문제는 공정거래제도를 도입한 초창기부터 공정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의 하나였다. 이에 대해 그동안 여러 가지 대책이 추진됐는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가 법·제도적 측면에 중점을 두며 법집행을 강조하는 대책이었다. 1983년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의 유형을 지정·고시했고, 이를 발전시켜 1985년 하도급법을 제정했다. 불공정 행위 유형과 시정조치,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과 직접 지급제도 등이 확립되었다.

이후 오늘날까지 공정위는 하도급법령의 집행을 통해 불공정 하도급행위를 시정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 전반에 뿌리 깊게 퍼져있는 불공정행위를 법집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법집행이 계속될수록 대기업들의 대응방식도 발전을 거듭하여 효과적인 대책으로서 한계가 드러났다.

두 번째 대책에서는 원사업자인 대기업의 자율적인 시정을 강조했다.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통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로부터 위반행위를 파악하고 이를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시정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1999년부터 시작하여 조사대상이 최초에는 3000개에 불과했으나, 매년 늘어나서 2010년에는 10만개 업체로까지 증가했다. 2011년에는 조사대상을 제조업종으로 한정하여 6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정밀하게 실시했고, 올해에는 건설·용역업종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 대책은 불공정행위의 사전예방과 자율시정을 중시했다.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대부분의 대기업은 위법행위를 자제했으며, 공정위는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하는 경우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문서로 경고했다. 실태조사 대상에 중소기업도 포함돼 불공정행위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실태조사의 핵심은 대기업이 위법행위를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태조사가 계속 될수록 대기업이 형식적으로 참여하면서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는 효과가 떨어졌다. 매년 위반행위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일이 반복됐고 위반행위나 자율시정 사례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세 번째 대책은 제도·행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방식이었다. 대·중소기업이 공생발전 하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법집행과 함께 민간 차원의 자율적인 법준수와 동반성장의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정부의 삼각 공조 프로그램인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제도를 도입했다.

2007년 9월부터 협약체결을 시작하여 2011년에는 총 110개사가 체결할 정도로 확산됐고, 올해에는 200개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협약 체결을 더욱 확대하고, 이행평가 기준 등을 발전시켜 공정거래협약이 명실상부하게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문화를 견인하는 핵심수단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과제이다.

이와 같이 불공정한 하도급 정책은 처음에는 법·제도를 정비하여 엄정히 집행하는 방식에 치중했고, 이에 따라 공정위의 역할이 강조됐다. 이어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대기업의 자율적인 시정을 중시함으로써 기존에 법집행 위주의 하도급정책을 보완하면서 대기업의 참여를 중시하는 방식이 추진됐다. 최근에는 동반성장 협약체결을 통해 공정위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참여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전화되었다.

우리 경제에서 불공정 하도급문제는 뿌리 깊은 관행이지만, 이를 개선하는 정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경제적 효율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는데 치중한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효율이 낮은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본연의 기능을 해나가는데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하겠다.

앞으로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노력만으로 불충분하고, 대기업의 자율적 시정도 중요하며 중소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중소기업·정부의 모든 노력을 결집하여 공정한 하도급질서를 구축하는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최근의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 새로운 불공정 하도급정책으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국장 지철호

[지철호]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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