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칼럼’이라는 문패로 두 번째 글을 씁니다. 한 달 전에 ‘걱정되는 삼성그룹의 막장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갑을칼럼을 썼습니다.

그동안 코스카저널에 ‘호박돌’ 혹은 ‘팔부능선’이라는 문패로 글을 써 왔는데, 갑자기 칼럼 문패를 바꾼 이유를 혹시라도 궁금해 하실 분이 있지 싶어 오늘은 그 설명도 좀 드리면서, 갑을관계에 대해 몇 줄 쓰려 합니다.

세상에 갑을관계가 아닌 것이 없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사업을 하는 사람은 물론, 직장인들도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직장이 ‘신의 직장’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명령을 하는 자, 힘이 있는 자는 ‘갑’이요, 명령을 받는 자, 힘없는 자는 ‘을’임을 나타내는 갑을관계는 ‘언제나 을의 신분’을 못 면하는 우리 전문건설업계의 처지를 알리는 데도 ‘딱’입니다. 전문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코스카저널의 칼럼 문패로도 손색이 없음은 물론이고요.

어떻게 보면 인생은 ‘갑’이 되려고 진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수많은 ‘갑’과 역시 수많은 ‘을’로 이뤄진 세상의 사다리를 한 칸이라도 더 올라가고자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게 삶의 과정이라는 이야기이지요. 승진에 목을 매는 직장인도 그렇고, 사업을 더 키우고자 온갖 험한 꼴을 마다 않는 사업가들도 결국은 자신 나름대로 ‘갑’이 되고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갑을 관계’의 사다리 위쪽에 올라서서 명령을 받는 대신 명령을 하고, 힘이 없어 약한 자로 사는 대신 힘 있는 강한 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 ‘세상살이다’ 이런 말씀입니다.(‘이제갑’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광고회사에 다녔는데, 매일매일 광고주인 어느 은행 홍보실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을’이었지요. 그러다가 그 홍보실에 특채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예, 이제 갑입니다’라고 했답니다. ‘을’이었던 설움이 그렇게 컸다는 이야기겠지요. ㅋㅋㅋ)

그런데, 문제는 ‘끝’이 없다는 겁니다. 기를 쓰고 사다리에 올라 ‘갑’이 되어본들 그 위에는 또 다른 ‘갑’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과 같은 초대형 재벌기업이나,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 같은 두 그룹 총수도 언제나 자신들을 ‘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뭘 좀 잘못하면 검찰이 부르지, 국세청이 오라 하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재벌들은 ‘갑을관계’의 사다리 위쪽에 있다뿐이지 절대 꼭대기에 있는 게 아닌 겁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에겐 국민이라는 ‘갑’이 있습니다. 국민을 ‘갑’으로 여기지 않는 대통령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는 여러 사례가 증명하고 있습니다.(‘신’은 인간이 만들었다는 주장은 그 사다리 제일 위에는 절대 인간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신’은 명령만 할 뿐, 명령을 받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고자 하는 삶, 이게 우리 숙명인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 그러니 열심히 일해서 지금 있는 사다리에서 모두들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간혹, 그 여정에서 삶의 피로와 인생의 곤고함에 가로 막혀 답답하실 때는 자신이 서 있는 계단 아래를 잠깐 보시면 지금 그 자리도 결코 낮은 곳이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

사실 저는 몇 해 전에 어느 인터넷 매체에 ‘갑을칼럼’이라는 문패로 너댓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코스카저널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만뒀는데,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재밌는 게 하나 있네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누가 ‘갑’인지 아십니까? ‘자 이제 일어납시다’라고 말 하는 사람이랍니다. 그 사람이 밥값까지 낸다면 더 확실한 ‘갑’이랍니다.> 재미 없으신가요?  /정숭호 코스카저널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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