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근대는 안달이 났다. 우나를 찾아온 그 ‘해변의 여인’이 어디선가 꼭 본 것 같은데 머리에서만 맴돌 뿐 정확히 어디서 만났는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대가 안달이 난 것은 그의 눈에도 유미에 예뻤기 때문이다. 자고로 남자는 못생긴 여자에게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근대가 유미에 대한 기억을 짜내고 있는데 우나가 들어왔다.

“너, 집 나간 아들이 효도한다는 말 들어봤지?”
비에 쫄딱 젖은 우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그러더니 잃어버렸다는 그 다이어리를 품속에서 꺼내 쪽~ 하고 입까지 맞추는 것이 아닌가.

“너! 너, 그거 어디서 났어?”
“말했잖아 인마! 집 나간 아들이 효도하는 거라고.”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며 그저 좋기만 한 우나. 근대는 그런 우나가 은근히 부러웠다.

 
“우산은 어떡하고 비를 맞고 들어 와? 너 아까 그 여자가 준 우산 가지고 나갔었잖아.”
우나는 한심하다는 듯 근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네가 여자가 없는 거야. 숙녀에게 비를 맞추리?”
“그럼 그 우산을 다시 줬단 말야?”
그러더니 무엇이 생각난 듯, “그럼 다시 만날 수도 있겠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우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 우나는 바라보는 근대의 부러움을 넘어 은근이 약이 올라 있었다.
“그런데 누구냐? 몸매는 착하던데?”
“근대야, 너 같으면 말이야… 훔쳐 간…”
하다가 거기서 말을 끊었다. 여자 몸매가 착하니 어떠니 해대는 녀석에게 유미의 이야기를 해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근대가 아니다.

“훔쳐? 뭘? 그 여자가 뭘 훔쳤는데?”
“훔치긴 뭘 훔쳐 인마! 이 형아의 맘을 훔쳤지.”
부러움에 쩝- 하고 입맛을 다신 근대가 다시 떠보듯 물었다.
“뭐 하는 여잔데?”
“배우란다. 배우.”
“배우?”

근대의 부러움은 약 오름을 넘어 질투로 치닫고 있었다. 아무리 둘도 없는 친구사이라지만 자신의 집에 얹혀 사는 주제가 배우씩이나 되는 여자를 꼬시다니! 친구의 쓰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나는 여전 싱글벙글이다.

“어쩐지 전체적으로 청순가련한 게 완전히!”
그러더니 우나는 뭐가 좋은지 킬킬 거리고 웃었다.
“왜! 또 뭣 때문에!”

“가요계에 나우나가 있으면 그 여잔 배우계에 김태히다. 김태히.”
“김태히? 김태히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데 무슨 배우? 난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승자의 여유란 것이 이런 것일까? 확인하듯 캐묻는 근대가 우나는 가소롭게 느껴졌다.

“니가 배우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맨날 떡비디오만 보는 놈이! 영화배우만 배우냐? 연극도 있고 뮤지컬도 있는데!”

우나는 괜히 좋았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우나는 좋았다. 자신의 일생에서 행복한 날이 하루 허락되었다면 그날이 바로 오늘일 것이리라. 우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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