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춘강의 이동한 이사장(61)은 호암재단(이사장 이현재 전 국무총리)이 지난 1일 호암아트홀에서 개최한 제22회 호암상 시상식에서 사회봉사상을 수상, 상금 3억 원과 순금 메달을 받았다.

독실한 불자인 이 이사장은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2급 중증장애인이지만 장애는 그에게 ‘남을 이롭게 해서 나를 이롭게 한다’는 부처님의 이타자리(利他自利) 가르침을 실천하는 ‘덕목’이 되었다.

이 이사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부처님의 가피와 2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공덕으로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며 “상금 전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국제장애인빈곤돕기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장애인빈곤돕기 기금으로 2015년까지 3조 원을 출연하기로 했지만 현재 내놓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실정이다. 그의 어머니도 생전에 적십자 봉사활동을 17년 동안 꾸준히 한 공로로 만덕봉사상을 수상했으며 45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돈독한 불심으로 6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만덕봉사상은 제주도의 여류 거상 김만덕을 기리는 상이다.

막내인 이 이사장은 “어머니는 평소에 착한 일을 베푼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스런 일이 있다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의 가르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소외된 이웃과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참여의 징검다리가 되자는 취지로 1987년 제주시 아라동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회복지법인 춘강을 설립했다.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전국 16개 시도에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을 지원했다. 춘강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장애인종합복지회관을 각각 세우고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제주춘강의원, 직업재활시설 어울림터 등을 갖췄다.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재활시설로 장애인의 권익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조계종과 태고종 종정을 역임한 묵담 스님(1896~1981)을 존경한다. 스님은 그에게 춘강(春江)이란 불명도 지어 주었으며 결혼식 주례도 섰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4월에는 백팔번뇌 등 불교철학을 오롯이 담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로(迷路) 테마공원인 메이즈랜드를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 개원했다. 제주도의 상징인 돌, 바람, 여자를 형상화한 3개의 테마파크(돌미로, 바람미로, 해녀미로)에는 모두 108개의 미로가 있다.

이동한 이사장과 함께 호암상을 받은 부문별 수상자는 △과학상 김민형 박사(49·영국 옥스퍼드대 교수/포스텍 석좌교수) △공학상 현택환 박사(48·서울대 석좌교수) △의학상 정재웅 박사(52·미국 남가주대 교수) △예술상 진은숙 작곡가(51·서울시향 상임작곡가) 등이다.

과학상 수상자인 김민형 박사는 현대 수학의 최고 분야인 산술대수 기하학의 고전적 난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 이론을 제시, 금세기 최고의 수학자 중의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학상의 현택환 박사는 생명공학, 에너지 분야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균일한 나노입자를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기술을 개발했다.

의학상 정재웅 박사는 인체 내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이에 대항하는 면역체계 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의 면역체계 회피기전 및 암 유발 기능을 구명, 바이러스 종양학 분야 발전에 기여한 업적이 인정받았다.

예술상의 진은숙 작곡가는 21세기 현대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작곡가로서 국내 음악계의 창작활동 활성화와 현대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해 왔다.

올해부터 호암상 학술 부문(과학·공학·의학) 심사에는 해외석학 자문평가제도를 도입, 2008년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하랄트 추어하우젠, 2010년 필즈상(수학상) 수상자인 응오바오쩌우 등 36명의 세계적 석학이 심사에 참여했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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