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허위 서류 등 해당 사유 다양화 불구
불이익 처분은 ‘입찰 자격 박탈’로 획일화
건설사엔 치명적… 사유 경중따라 제재를

요즘과 같이 국내 건설업계의 불황기가 길어질수록 중소건설업계의 시름 또한 더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수주경쟁은 더 치열해지는데 여기에다 공사의 수주로 먹고사는 건설업자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까지 받게 되어 입찰참가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경우는 거의 치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공공공사의 입찰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참가자격을 임의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약의 목적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성실하거나 불공정한 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서는 계약에의 참가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놓은 것이 바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인 것이다.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있어서도 적용이 되고 있고, 제재사유 또한 국가계약법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원칙적인 취지로는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하거나, 낙찰된 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제재사유로 하고 있으나, 입찰과정에서 담합이 있거나 입찰서류를 위·변조 내지는 허위서류를 제출하는 경우 및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하도급제한규정에 위반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공정거래법에 위반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요청이 있는 경우,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한 경우도 아우르고 있다.

위와 같이 제재사유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불이익 처분은 매우 단순하다. 부정당업자에 대해 1개월에서 2년까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만 박탈하기 때문이다.

사실, 입찰참가의 제한은 그 기간의 장단에도 불구하고 공사수주를 생명으로 하는 건설업계에는 매우 가혹한 처벌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의 위반 등 제재사유에 따라서는 형사처벌과 동시에 영업정지 등의 처벌까지 가해지는 상황에서 다시 입찰의 참가제한이라는 처분까지 더해지는 경우에는 해당업체에서는 이중처벌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고 다른 처벌에 비하여 입찰참가의 제한이라는 불이익 그 자체가  매우 가혹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부정당업자 제재처분만은 면하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다하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실제 제재처분을 받게 되는 업자의 대부분은 즉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제도’를 통하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시간을 벌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가처분제도의 ‘남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으나 행정처분은 소를 제기하더라도 효력이 정지되지 않고 그대로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당해 제재처분의 잘잘못을 밝히기도 전에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수가 있어서, 재판청구권의 보장차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제재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 자체를 나무랄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받게 되는 업자가 소송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입찰참가의 금지라는 획일적인 처분제도에 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부정당업자 제재사유 중에서 단순히 안전사고, 불공정거래행위 등 계약의 이행자체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경우에는 과징금를 부과한다든가 적격심사시의 점수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제재수단이 될수 있다.

최근에 뇌물을 제공한 업체에 대하여 그 정도와 회수에 따라서 입찰참가의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지만, 경미한 경우에는 과징금의 부과도 고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행위와 연루된 당해 계약에 대한 해제 내지는 해지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그 요건을 보다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그 외에 적격심사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는 제도는 천편일률적으로 계약에의 참여 자체를 막는 방법으로만 운영하는 것보다는 광범위한 제재사유에 걸맞게 제재의 유형도 끊임없이 다양화하는 것이 계약의 목적달성에 보다 효과적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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