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포장마차 한구석에서 홀로 소주를 마시고 있는 유미는 생각했다. 결국 이곳이다.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자신이 있을 곳은 결국 이곳이고 혼자인 것이다.
 
그깟 다이어리 하나 때문에 잠시나마 헛된 꿈을 꾸다니. 잊어야 한다. 그 남자도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여자로서의 바람도.
 
그러나 유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우나를 만나고 싶어서다. 그와 처음 만난 이곳. 이곳에 오면 혹시나 그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유미를 포장마차로 이끈 것이다.
 
바람은 바라봄이다. 누군가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유미는 그 사람이 혹시 우나가 아닐까 하여 바라보았다. 그러나 끝내 우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유미의 바라봄은 바람이 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그래, 이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유미는 자신에게 건 주문을 확인하듯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일어섰다.
그때 우나가 들어왔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줌마 김밥…” 하며 들어오던 우나가 막 밖으로 나가려던 유미와 딱 마주친 것이다.
 
자신의 앞에 선 여자가 유미라는 것을 알자 우나는 딸꾹질부터 올라왔다.
그녀와 처음 만난 이곳. 언감생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우나를 이 포장마차로 향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헛걸음하길 몇 차례. 그리고 오늘, 바로 이순간 우나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할 말이 너무나 많으면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둘은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술 한 잔…, 사 주실래요?”
“수… 술이요?”
 
우나는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했기에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그러죠 뭐. 원래 잃어버린 돈 찾아 준 사람에겐 사례금을 줘야 한더라구요.”
 
유미는 ‘돈 찾아 준 사람’이란 말이 의아했으나 그것이 곧 자신이 돌려준 다이어리임을 알 수 있었다.
“출연료… 받으셨어요?”
 
우나는 속이 쓰렸다. 고통분담이란 명목으로 지배인에게 빼앗긴 출연료가 다시 한 번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은 쓰릴 지언정 유미를 바라보는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술잔을 놓고 마주 앉은 우나와 유미.
유미는 술을 마셨고, 우나는 그녀의 빈 잔에 소주를 채웠다.
 
그리고 유미는 넋두리를 하듯 자신이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원래 은행이란 데가 그런 곳이에요. 온천도 그렇잖아요. 피부병에 특효라고 선전하고선 가보면 문 앞에 피부병 환자 출입금지라고 붙여 놓은 거.”
 
유미는 우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우나씨 만나면 재미있어요. 그래서 술 마시자고 한 거예요.”
 
유미는 술을 마셨고, 우나는 잔을 채웠다.
“그런데… 대출은 왜 받으시게요?”
 
유미는 대답 대신 포망마차 밖 멀리 어디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나직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런 유미를 보며 우나는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싶어 불안했고 미안했다.
 
먼 곳 어디쯤을 바라보던 유미가 고개를 돌려 가만히 우나를 바라보는데, 그녀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젖어 있었다.
“유… 유미 씨!”
 
우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에서 기어이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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