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대상 아닌 행복·건강 영유하는 삶터
업계도 쾌적성 등 고품질에 중점을 둬야
기술력 쌓이면 노하우 해외 수출도 가능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다’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주거산업 및 문화에 있어서 아파트는 으뜸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를 40년으로 볼 때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부를 위한 투자 대상으로 사회적 관심이 큰 부동산이었으나, 요즈음은 ‘하우스 푸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되는 존재로 상황이 변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80년도 말에 국민주택 보급을 위하여 200만호의 건설이 시작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면서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게하는 역할도 하였다. 그만큼 아파트 공급은 주거 생활을 크게 변화시켰고, IT 산업 경제를 성공시키는 역할을 하는 긍정적 영향도 있었지만, 투기와 부실 등의 많은 악영향도 가져왔다.
 
필자가 2년 전부터 국내외 유일의 대학원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택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주택산업문화특론’을 개설하여 주택에 관련된 많은 전문가를 초청하여 대학원생들과 여러 가지 대화와 토론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 연구원들은 아파트에 대한 사회 문화적 관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저 일부 전공 분야에서의 공학적, 계획적 차원에서 학문 추구가 중심이었다. 수업의 과정에서 40년을 넘은 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설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량의 물량이 공급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건설사와 설계자가 아파트 건설과 설계를 하여 왔으나, 아직 아파트에 대한 이렇다 할 독특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사한 사례로써 홍콩, 싱가포르가 오래전부터 아파트 중심의 주거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고, 일본도 약 35년 전부터 수도권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여 왔다. 이들의 아파트 공급 방법과 우리나라의 공급 방식은 법적 제도적으로 많이 다르고, 주거에 대한 국민적 의식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아파트 공급정책은 서민 중심, 가격 인하에 너무 골몰하고 있으며, 이것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나오지 않다 보니 정부와 건설사는 서로 견제하고 있고, 국민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과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이제는 아파트 건설로 돈을 벌거나, 투기에 의한 부의 축적 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부터 우리의 나갈 길은 지난 40년의 아파트 건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변화에 새롭게 대비할 때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고, 필요로 하는 국가에 수출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아파트에 대한 품격을 높여야 한다.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 입장에서 거주 환경, 쾌적성, 생활 안전성, 경제적 가치에 얼마만큼의 만족도를 가지고 있는가, 아파트의 구조 안전성, 내구 사용 수명, 유지관리 비용의 지출도 등은 어떠한가 등을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정부나 건설사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측면에서만 주로 생각하여 왔다. 이제는 고품질(저에너지 환경, 고성능 장수명, 가변형 공간 등) 아파트를 구축하는 방안과 그동안 만들어 놓은 아파트를 어떻게 안전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생각하여야 한다.
 
과거의 중저층 아파트는 20년을 전후로 허물고 다시 지음으로써 건설사와 입주자가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해타산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고층(초고층) 아파트는 그것이 쉽지 않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새로운 아파트의 공급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노후화된 아파트의 처리 문제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써 국가 경제에 많은 악영향일 미칠 것이다. 
 
필자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100년 수명 고성능 아파트만이라도 달성하다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주거산업
문화는 세계적으로 큰 발전이 있을 것이며, 그 기술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온 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설 기술과 문화를 지금의 시기에서 새롭게 생각하여야 한다.
 
분양이 안 되고, 공급(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주춤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법, 제도, 정책, 기술, 유지관리에 대한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야할 시기이다.
 
정부, 건설관계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주거 건축물인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 국민적 시각에서도 부동산 가치로써만의 아파트가 아닌, 가족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영유하는 주거로써의 아파트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택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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