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단축 위해 설계·시공 동시에 진행
모듈 공법 도입되고 통합발주도 확산
국내 업체에는 ‘기회와 위협’ 양날의 칼

국내업체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플랜트건설시장에 새로운 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추세는 세계화, IT 융합기술, 생산성 경쟁 가속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 배경에는 고성능 재료와 첨단기술, 그리고 IT 활용 확대 등이 있다. 플랜트 상품의 관리 대상도 단지 건설단계(EPC)에서 사업 발굴 및 개발(D)과 운영과 유지 및 보수(O&M) 등 전생애주기(LCC)로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건설단계는 짧은 공기, 품질과 성능은 높아짐에도 불구 가격 불변 등으로 요약된다. 사업 발굴 및 개발단계에 핵심적인 기능과 역할을 함과 동시에 경쟁력을 좌우하는 개념설계에 해당되는 ‘원천기술설계(FEED)’는 설계엔지니어링패키지로 보기보다는 해당 플랜트 상품의 채산성 혹은 경제성을 좌우하는 종합분석패키지로 보는 게 타당하다.

즉, 원천기술설계를 바탕으로 하여 공기와 투자비 등의 최적화를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낼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능들이 최근 개발되고 있다. 당연히 개략투자비산정 모델, 마일스톤 공정 계획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종합사업기획패키지 성격을 띠고 있다.

건설공기 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해 건설공사 진행방식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와 시공분리 방식인 ‘설계종료→시공착수’의 순차적 진행이 공기단축 목적으로 ‘설계와 시공 병행’, 즉 패스트랙방식으로 진화되었다.

공기단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식인 ‘설계·시공 동시 진행(concurrent engineering)’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설계와 기자재 설계·제작, 설치·시공 등이 시차를 두지 않고 동시에 진행된다는 개념이다.

동시진행방식이 가능한 배경에는 현재 건설 분야에 확산되고 있는 ‘BIM’(빌딩정보모델링)과 같은 통합정보기술이 플랜트상품에도 확산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원자력발전소도 이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

플랜트건설상품에서 정보 활용범위 확산은 공기와 건설가격을 낮추기 위한 사전제작(pre-fab.), 조립부재 제작 확대는 물론 조선산업의 대불럭공법에 해당하는 모듈공법 도입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원전건설 선진화계획에서도 국내는 물론 해외원전시장에서 모듈공법 확대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플랜트시장에서 모듈공법 확대가 대세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모듈공법 혹은 사전제작방식은 전통적인 현장 시공을 공장제작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건설이 제조업화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공장제작을 전통적인 건설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보기술 발달과 활용범위 확대는 플랜트는 물론 일반 건설공사 발주방식과 생산구조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와 시공 병행에서 동시 진행으로 변하고, 또 시공의 상당부문이 공장제작으로 변할 경우 산업간 영역이 붕괴될 가능성도 높다.

발주방식도 통합발주방식(integrated project delivery, IPD)으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컴퓨터의 제2사옥 건설이 통합발주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통합발주방식은  갑을관계인 종적관계를 수평적관계로 변화시키게 된다.

현재와 같이 일반건설업과 전문공사업, 설계와 시공업, 시공업과 제조업 등의 칸막이식 업역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 산업간 융합과 협력이 필수적 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건별 협력관계가 제조업과 같이 특정 상품 모델(예, 자동차와 선박 등)별로 건조 혹은 조립 전에 개별 자재와 기기공급자를 사전에 결정해 놓는 공급망(scm) 구축이 건설회사에도 필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나 정유공장, 주택이나 오피스빌딩 등과 같이 주력 상품별 설계엔지니어링은 물론 주요 기자재공급자, 전문설치업체 등을 협력업체 차원을 넘어 계약 시나리오별로 사전에 역할분담을 확정시키는 건설시장의 새로운 건설공급망 구축이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랜트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추세는 국내기업들에게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주고 있다. 새로운 기술운영 환경이, 시나리오와 기획 역량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국내업체들에게는 상대적인 위협이다.

기회 측면에는 제조업과 설치 및 시공기술이 선진기업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점에서 협업 여부에 따라 시장 참여기회를 확대시킬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기술력의 약점을 보이는 기술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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