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뿌연 담배연기로 가득한 편집실 모니터엔 아찔한 포즈의 유미가 농염이 웃고 있었다.
“정말 문제없는 거지?”

편집기사가 박 감독에게 물은 “정말 문제없는 거지?”란 말은 정말로 문제가 있을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는 사람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 장사 한두 번 해?”

야동을 다운로드 받으며 이렇게 가슴 두근거려 본 적 있던가! 근대는 기어이 유미가 출연한 비디오를 찾아냈고, 그것을 다운 받는 중이었다. 56%, 57%, 58%…. 다운로드 게이지가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것에 비례해 근대의 심박도 올라가고 있었다. 우나에게 유미의 본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다운을 받는 것이라지만, 친구가 만나는 여자의 알몸을 본다는 것은 묘하게 뒤틀린 기분을 유발하였다.

 
그때 딸랑하는 출입구 종소리와 함께 우나가 들어왔다.
“너 어디서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근대의 질책에 우나는 대답 대신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이 나와? 너 인마, 그 여자가 누군 줄 몰라? 그 여자, 떡 배우야, 떡 배우라고!”
‘떡 배우’란 말이 가슴을 찌르듯 파고들었으나 우나는 일부러 라도 내색하기 싫었다.
“알아 인마. 우리가 또 연예인 커플 아니냐.”

우나의 시답잖은 농담에 근대는 더욱 기가 막혔다.
“연예인 커플 좋아하고 있네! 그 여자, 에로 배우야 이 새끼야!”
자신의 걱정을 건성으로 대하는 우나가 서운했던지 근대가 폭발했다. 그러나 정말 폭발하고 싶은 사람은 우나였다. 유미의 직업을 알고도 그녀와 사귀기로 결정하기까지 가장 괴로웠던 사람은 우나 본인이었다.

적어도 친구라면 그녀의 직업이 아닌 그녀를 보아 주길 원했으며,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지를 헤아려 주길 바랐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저어도 근대만은 자신의 편이 되어 주길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떡 배우가 왜! 떡 배우가 뭐!”
우나가 섭섭함에 버럭 내질렀고 우나의 서슬에 근대가 주춤했다.
“난 모창가수고 넌 비디오가게 주인이야! 그리고 그 여잔 떡 배우고! 떡 비디오 보는 놈은 좋은 놈이고, 떡 비디오 찍는 년은 나쁜 년이냐?”

“누가 다 나쁘대? 나쁠 수도 있다는 거지.”
“안 나빠! 그 여자도 나나 너처럼 똑같은 사람이야. 단지 돈 없고, 힘 없고, 빽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고! 그게 나쁜 거냐? 그게 나쁜 거면 우리도 나쁜 놈이야! 그 여잔 우리보다 좀 더 나쁜 년이고!”
“그래서 계속 만나겠다고?”

“안 만나는 게 더 웃기잖아. 그거 다 연기야. 니가 그 여자를 이상하게 생각했다면 그게 다 연기를 잘해서 그런 거라구. 그 여자 실제로는 안 그래. 그리고 막말로 이태리에선 포르노 배우가 국회의원도 했다더라.”
“그래서 그 여잔 에로 배우니까 시의원이라도 하겠대?”
우나는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 여자가 그러는데 세상엔 전부 너 같은 새끼들뿐이래. 나 같은 사람은 처음이고!”
2년 만에 병원을 찾은 유미였지만 의사는 환자의 건강 따위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치료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 다시 병원에 오신 이유가 있습니까?”
의사의 사무적인 태도에 목이 메인 유미는 간신히 대답을 했다.
“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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