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단가내려라” 압박해 경영난 가중
공정위, 협력사와 핫라인 등 개선책 마련
대기업은 동반성장 위한 진정성 보여야

원·수급사업자의 하도급거래에서 최우선 해결 과제는 단가인하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비용 절감(Cost Reduction)이라는 명목으로 단가인하가 수시로 반복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수급사업자의 수지가 악화되고, 경영 압박을 받게 되어 마침내 무너지는 사례까지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원료 가격이나 인건비 등이 상승하는 가운데 납품가격이 인상되지 못하는 경우 이들 중소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값싼 재료를 사용하든지 R&D를 줄이든지 종업원을 감축하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 품질 저하나 고용 감소 등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은 납품가격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현행 하도급법은 크게 두 가지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첫째,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인데, 대표적으로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행위, 특정 수급사업자를 차별 취급하여 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행위, 최저가 입찰보다 낮은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둘째,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위탁 후 협조요청이나 경제상황 변동 등과 같은 불합리한 이유로 감액하는 행위, 수급사업자와 단가인하에 합의하고 그 합의 이전의 단가도 소급하여 인하하는 행위, 현금 지급 등을 이유로 감액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는 납품 물량을 조금 늘려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갈수록 교묘하게 단가를 인하하고, 공정위가 이를 적발하여 위법행위임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단가를 인하하는 것을 무조건 위법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고, 많은 수급사업자와 하도급거래가 빈번한 대규모기업의 경우에 개별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정위는 단가인하를 개선하는 몇 가지 대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첫째, 대기업의 의식·행태·문화를 제도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중소기업이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고 이행실적을 평가하여 동반성장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고 있다.

2007년 9월부터 시작된 협약은 2012년 7월 말까지 400여 개 대기업이 약 13만 개 협력업체와 체결했는데, 단가조정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등의 내용으로 협약평가기준을 계속 개선하여 단가인하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둘째, 부당 단가인하를 포함한 구두 발주, 기술탈취와 같은 3대 핵심 불공정행위를 집중 시정하고 있다. 예컨대, 부당 감액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정당한 사유를 원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했다.

아울러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로 대금을 감액할 경우에는 감액 사유와 기준, 감액대상 물량, 감액 금액, 감액방법 등이 기재된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미리 주도록 했다. 효율적인 법집행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많이 개선했고 이를 바탕으로 엄정한 법집행에 주력하고 있다.

셋째, 사전에 단가인하를 획기적으로 예방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부당 단가인하 등이 빈발한 영상·통신장비, 자동차부품과 같은 2개 업종에서 3,600여 개 협력업체와 ‘핫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각종 불공정행위나 애로사항 등이 공정위에 직접 전달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단가협의에서 중소기업의 입장이 크게 보강되고,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법위반을 억제할 것이므로 단가인하와 같은 관행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핫라인은 운영성과를 보아가며 다른 업종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원사업자의 단가인하가 계속될수록 이를 방지하기위한 대책도 다양하게 진화하는 경향이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부당 단가인하에 대해 3배 또는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규정한 하도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한쪽에서 단가를 인하하고 다른 한쪽에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 대·중소기업 모두가 단가인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공정위는 그동안의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새롭게 변화된 하도급 질서를 마련하고, 대·중소기업은 동반성장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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