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성가신 명절메시지
상태바
정말 성가신 명절메시지
  • 임철순
  • 승인 2012.10.16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엔 또 얼마나 올까 했는데 추석 메시지가 예상대로 어김없이 살도(사실은 쇄도가 맞는 말이지만)했다.

명절이 되면 건강과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저절로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은데, 사실은 반갑기보다 짜증이 더 난다.

추석 쇠고 보름이 지난 지금, 이번에 받은 것들을 죽 훑어본다. 이메일은 기본이고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에다 카톡까지 세 군데로 축하·기원메시지가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보다 SNS 이용이 적어 그나마 세 군데뿐인 게 다행이라고 할까?

내용은 비슷하다. 뭐 특별한 내용이 있을 수 있겠나? 몇 가지만 옮겨보자.

1)한가위 명절 잘 보내시고 추석 이후부터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건강하세요. 2)(각종 이모티콘과 기호를 동원해) 행복한 추석! 3)크고 밝은 한가위 달을 맞이하면서 건강하길 바라면서… 4)소중한 분들과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 나누는 추석 되시기 바랍니다.

5)해피 추석 되시길! 6)즐거운추석을맞아가정에웃음꽃이가득하시고건강과행복을기원합니다. 맨 마지막 메시지는 문장이 안 되지만, 띄어쓰기도 전혀 하지 않았다. 더욱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웃기는 것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처럼 명절 잘 보내라고 보내온 인사, 말이 안 되는 어색한 문장, 정치인 기업인들이 똑같은 메시지를 이메일과 휴대폰으로 두 번 보내는 것이다. 추석 메시지 중에서 금년에 처음 본(나만 뒤늦게 본 건지는 몰라도) 것은 카톡으로 받은 ‘스토리 메시지’라는 동영상이다.

토끼처럼 보이는 동물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듯 풍선 같은 달에 바람을 넣어 공중에 띄운다. 달이 둥그렇게 떠오르면 “보름달처럼 풍성한 마음으로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라는 글자가 나온다. 나는 이 동영상을 이번 추석에 여덟 명으로부터 받았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 포털 사이트가 카페에 올려놓은 추석 축하카드 26장을 몽땅 보내주기도 했다. 골라잡아 다른 사람에게도 보내라는 뜻인가?

그러나 추석은 사실 약과다. 이제 두어 달 후면 새해맞이 메시지가 수도 없이 날아올 것이다. 특히 신년 메시지는 시간상 밤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금년 초에는 새벽 3시에 메시지 도착 신호 때문에 잠을 깬 적도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한밤에 전화를 걸어왔는데, 나는 잘 모르는 의원님이 나에게까지 전화를 한 게 황송해서 뭐라고 뭐라고 하는 말에 뭐라고 뭐라고 대답까지 했다. 그런데 한참 말을 하다 보니 그의 인사는 몽땅 녹음된 목소리였다.

이런 젠장! 짜증을 넘어 화가 나서 ‘내가 다음에 너를 찍어주나 봐라’ 그러다가 ‘아 참, 이 사람은 우리 지역구도 아니지’ 하는 생각에 더 약이 올랐다.

신년을 넘기면 그 다음엔 설날 축하메시지가 살도한다. 메시지를 받는 양으로는 신년이 1등, 그 다음이 설날, 추석은 세 번째이지 싶다. 어쨌든 반갑기보다 성가신 기분이 들고, 수신자를 괴롭히는 공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어찌할까?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 중에서 내가 잘 모르거나 싫은 사람들을 모조리 기억했다가 연말에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계사년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테니 부디 제 걱정은 말아 주세요. 저에게 보낼 메시지는 저보다 더 힘들고 가난한 분들에게 보내 주세요.” 이렇게 먼저 메시지를 띄울까?

네? 웃기지 말라구요? 메시지 많이 받는 걸 자랑하려고 이런 글 쓴 거 아니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건 아니니 부디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메시지 보내는 문제를 이 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임철순 한국일보 이사대우 논설고문

[임철순] 111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