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도시개발로 생활환경 급격 악화
주민간 소통ㆍ삶의 질 높일 공간창출 필요
약자 배려 등 중점… 주민도 적극 참여를

지난 50여 년간 국내의 도시들은 공장의 대량생산을 위한 양질의 노동력 제공 및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 등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급격히 성장해 왔다.

과거 경제개발 시기에 만들어진 도로와 보도 같은 도시의 시설물들은 물류비 절감이나 공산품의 대량 소비시장 창출과 같은 경제적 목표 달성에 커다란 역할을 했으나 도시 주민들의 이용에 대한 배려는 거의 전무했다. 이로 인해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낮아졌다.

특히 도시 내 무분별한 개발과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2011년의 우면산 산사태나 최근의 도시홍수는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파로 도시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오염물질의 발생을 줄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도시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자는 ‘지속가능한 인간친화형 도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속가능한 인간친화형 도시’는 주민 간의 상호교류를 촉진하여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연령이나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도시민들이 다양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도시이다. 한편 이러한 도시들은 도시의 공동화, 슬림화 그리고 획일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러면 지속가능한 인간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도시 주민들 간의 교류를 증진시키고 배기가스와 같은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압축도시의 모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기존의 도시처럼 도심을 직장과 주거지역을 엄격히 구분해서 개발하기보다는 도심을 집약적으로 개발해 도시공동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이웃 간의 상호교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도 직장에 출근하는 등의 생활이 가능하게 됨으로서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 혹은 자동차의 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압축도시가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용도지역·지구를 규정하는 현행의 건축제한과 용도지역 안에서의 용적률 규정들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보행자들이 걸어서 쇼핑이나 관공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보행 네트워크 구축과 대중교통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교통시스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로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우선 고령자나 장애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반영하여 이들이 주택에서 출발하여 목적지 도착 때까지 이용하게 되는 모든 접근 및 이동경로에 물리적인 장애물들이 없는 무장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생활 관련 시설들이 잘 연결되도록 공공교통망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통노선에 대한 이들의 정보 접근이 쉬워지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고 스스로 도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도시시설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는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도 생활권역을 중심으로 배치되게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이 도시구성원으로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거나 그 지역주민의 자원봉사와 같은 따뜻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즉 지역사회에 밀착된 형태의 복지시설이 확보돼야 한다. 결국에는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지역 내 이웃 간의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복지체계의 구축이 가능하다.

세 번째로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공간이라 할지라도 집에서 생활하거나 외출하기가 불안하다면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 도시공간이 물리적으로 어떠한 구조형태를 하고 있느냐가 범죄의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한다.

따라서 도시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예방이 가능하도록 도시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즉 CCTV와 방범 카메라의 설치 등을 통해 눈으로 감시하기 곤란하거나 범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우범지역을 줄이고 동시에 사람들이 범죄로부터 자신을 쉽게 지킬 수 있는 지역들이 많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서 범죄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도시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형성이 더 중요하다. 주민들이 범죄를 막겠다는 의식을 고취하고 지역 내의 범죄 감시대를 활성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아무리 좋은 도시 계획개념으로 도시가 건설된다 할지라도 지역주민이 만족하지 않으면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도시가 계속 발전·진화되도록 해야 한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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