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서울의 밤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모텔 방문이 열린 것은 박 감독이 여자의 몸에 걸쳐진 마지막 오라기를 막 끄집어내리려는 순간이었다. 연기지망생인 여자도 어느 정도 포기를 했는지 찔끔 눈을 감고 박 감독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버럭 열리는 문소리에 번쩍하고 눈이 떠졌다.

“악-!”

비병을 지르던 여자는 알몸을 가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는지 바닥에 널브러진 속옷을 주워 급한 대로 몸을 가렸다.

“너… 너… 너 뭐야 이 새끼야!”

어정쩡한 자세로 박 감독이 소리쳤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방안의 꼬락서니를 보자 우나의 주먹이 부르르 떨려왔다.

“너 뭐냐구, 이 새끼야! 문 닫고 얼른 안 꺼져!”
박 감독의 분노가 끝나기도 전 달려든 우나가 박 감독의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뭐야, 이 새끼! 너 왜 이래! 너 나 알아!”
박 감독의 눈에 우나의 등 뒤에 서있는 유미가 들어왔다. 진정한 사기꾼이라면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결코 당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 감독은 진정한 사기꾼이었다. 빛의 속도로 머리를 굴린 박 감독은 이내 모든 상황이 파악됐다는 듯 씩- 하고 웃었다.

“오라! 그게 니 돈이었냐? 그러면 저년한테 돈 받으면 되지 왜 나한테 행패야!”
“유미 씨, 왜 아직도 경찰 안 와요! 빨리 좀 오라고 해요!”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니가 쟤 서방이야!”
“뭐라구!”
“이 새끼 이거 한국말도 못 알아먹네. 니가 쟤 서방이냐구?”
이번엔 조롱이었다.
“그럼 니가 나훈아냐?”
“아… 아니다!”
“그럼 넌 뭐야 이 새끼야! 별 거지 같은 새끼들이 정말…”

 
더 이상 참지 못한 우나가 주먹을 날렸으나 박 감독이 그것을 피하며 되려 우나의 얼굴에 한 방 꽂았다. 그리고 박 감독은 쓰러진 우나를 밟고 복도로 뛰쳐나갔는데 마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있어 그 안으로 몸을 날렸다.

“혹시 박상철 씨 되십니까?”
휴- 하고 한숨을 돌리던 박 감독을 부른 건 우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경찰이었다.

“이거 놔! 내가 누군 줄 알아. 너희들이 쿠엔틴 타란티노를 아냐구!!

경찰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박 감독의 발악은 멈추지 않았다.
“별이 보이는 걸 보니 오늘은 비가 안 올 것 같아요.”

웬일인지 유미는 우나에게 그들이 처음 만난 포장마차엘 가자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밤하늘을 한참을 올려다보던 유미가 말했다.

“오늘에야 돌려드리네요.”
유미가 우나에게 그 낡은 우산을 내밀었다.

“내가 쓰기엔 너무 좋은 우산이에요. 다른 사람 주세요.”
영문을 모르는 우나가 유미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유미 씨 왜 그래요?”
우나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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