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서 수급업자에 유리 판결 불구
서면ㆍ회의록 작성 등 법적절차 준수 필수
온정주의 대신 합리주의가 최대 방어책

오래전 기사이지만, 코스카 저널에서 지난 2011. 2. 4. 자 보도한 “추후 정산 말 믿었다간 큰 코다쳐”라는 기사는, 하도급업자가 공사대금과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갑자기 과거의 기사가 생각나는 이유는 종합건설업체들의 가장 고전적인 수법들이 아직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빈발하고 있고, 그렇다고 이러한 행동들에 대하여 딱히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 또한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원도급업체에서 당초 도급계약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사정이 발생하여 공사대금을 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추가공사비는 나중에 정산하자”, “곧 설계변경해 주겠다”, “일단 공기내 공사를 완료해 달라”는 말로써 우선시공을 독려하는 경우에 하도급업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공사대금에 반영해 달라”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업체들 간의 공사대금에 관한 민사적인 분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민사재판에 들어와서도 ‘사후정산의 약속’을 신뢰하였다고 하여 법률적으로 보호받기도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공사도급계약서에는 추가공사비의 지급은 반드시 문서에 의한 요청이 공사기간 내에 있어야 한다든가 설계변경사유가 되는 경우에는 감리를 통한 설계변경을 공사의 준공 전에 반드시 하여야만 공사비의 증액이 가능하다는 등의 요건들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히 나중에 공사비를 정산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국가계약법 등 관련법규상 혹은 계약서상의 공사대금 조정절차를 사전에 지키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러한 공사대금의 추가반영에 대한 약속을 믿고서 자신이 밟아야 할 절차에 대해서는 까마득이 잊고서 오로지 공사의 완공에만 매달렸다가, “공사가 완공된 이후에는 공사대금을 조정해줄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다른 공사로 보전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 그동안의 거래관계 혹은 향후의 거래관계를 생각해서 법적인 조치는 생각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근자에 와서는, 건설업계의 경기가 워낙 어려워서인지 이러한 원도급업체들의 횡포에 대한 법률적 대응이 늘어나고 있고 이에 관한 법원의 태도도 이전과는 달리 유연해져 새로운 판결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사현장상황이 당초의 설계내역과 상이함에도 설계변경에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추가공사비를 청구한 사건에 관하여, “발주처에서 설계변경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혹은 설계변경 전에 우선시공을 하도록 하였다는 점에 대한 추정은 대부분은 책임감리원의 ‘감리보고서’에 의하여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구두에 의한 설계변경의 약속에 대해서도 수급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좀 더 나아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공기를 맞추기 위한 돌관작업으로 인한 추가공사비 청구건에 대해서 직접 법원이 ‘감정인’을 선정해 수급업자가 실제 추가투입한 비용을 산정하는 ‘감정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재판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매우 진일보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위와 같은 법원의 경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구두로 이루어진 추후 정산의 약속에 대하여 정면으로 법적인 보호를 해주는 것은 아니므로 관련법규와 계약에 따른 절차의 준수는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나중에 재판을 통해서라도 추가공사비를 받고자 한다면 최소한 준공 전에 서면으로 설계변경 내지는 공사대금의 조정에 대한 요구를 하여야 하며 이러한 사정들이 감리에게도 보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돌관작업이나 설계에 있지 아니한 추가공사로 인하여 추가공사비의 지출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감리를 포함하여 공사 당사자들의 입회하에 이에 관한 회의록을 남겨두는 것은 더욱 현명한 태도이다.

건설업계에 있어서 ‘온정(溫情)주의’는 오로지 강자만을 위한 것이고, ‘합리주’의는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장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항상 관계가 원만할 수록 절차상 준수하여야할 사항이 무엇인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건설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