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 소설 33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저기 저 사람 좀 봐봐. 에헤! 졸고 있는 대머리 아저씨를 왜 봐. 그 옆 사람을 봐야지. 그래, 며느리한테 아침 못 얻어먹은 시어머니처럼 생긴 그 아저씨 말이야. 잘 봐. 에헤! 어딜 봐. 저 아저씨가 아니라 날 봐야지.

아니 이거 하나 딱딱 못 맞춰서 내 얘기 듣겠어? 정신 바짝 차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듣는 얘기야. 하여튼 여길 봐봐. 눈과 눈 사이, 그러니까 코가 시작되는 부분. 그래, 너도 네 얼굴에 있는 거기를 손으로 만져 봐봐. 그래 거기. 거기를 질액궁이라 하거든. 잘 기억해, 거기가 질액궁이다.

그런데 저 며느리한테 아침 못 얻어먹은 시어머니처럼 생긴 저 아저씨 질액궁이 어때? 푹 꺼졌지? 보나 마나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유산을 마흔 두세 살에 말아 드시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이 전철을 탔을 거야. 저 사람 아는 사람이냐고?

 
아니. 그런데 어떻게 저 사람에 대해 그렇게 잘 아냐고? 얘! 된장인지 그건지 꼭 먹어봐야 아니? 딱 보면 아는 거지. 뭐라고! 내가 점쟁이? 나 참 기가 막혀. 나처럼 섹시한 점쟁이 봤어? 봤냐고! 사람을 어떻게 보고 말이야.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도 있잖아.

그게 무슨 말이겠어. 여자는 자고로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모님도 되고 아줌마가 되기도 하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 봐. 세상에 어느 여자가 아줌마가 되고 싶겠어? 다 사모님 되고 싶지. 그런데 왜 대다수의 여자가 아줌마가 되느냐? 그게 다 헛다리를 잡아서 그런 거야. 그래서 난 내 앞날을 개척하기 위해 공부를 좀 했어.

요즘 남자들 입만 벌리면 뻥인 거 알지? 나 옛날에 어떤 놈이 지가 LG에 다닌 다고해서 만났는데, 알고 보니 글쎄 LG 25시 편의점에서 알바 뛰는 거 있지. 나중에 내가 따지니까 뭐래는 줄 아니? LG 25시는 LG 아니고 삼성이냐고 방방 뛰는 거야. 나보고 된장녀라나? 진짜 된장 한 사발 퍼서 그 인간 얼굴에 발라주고 싶더라고. 하여튼 남자들의 허풍은 말릴 수가 없어.

그래서 공부를 한 거야. 어떤 남자가 썩은 동아줄이고 어떤 남자가 튼튼한 동아줄인지 진품을 가려내야 할 거 아냐. 그런데 그 공부가 무슨 공부냐고? 그 공부 참 신통한 공부라고? 잠깐만 기다려. 조금만 있다가 얘기 해 줄게. 왜는 왜야? 전철 문 열린 거 안 보여? 내려야지. 나도 출근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맞아! 남자 중에 진품을 가려내기 위해 공부한 것까지 얘기 했지. 세상에 여자로 태어났으면 인간적으로 백마 탄 왕자님은 한번 만나봐야 하는 거 아냐? 그럼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노력해야 돼. 서양 속담에도 있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감나무 밑에서 백날 입 벌리고 있어 봐. 감 떨어질 것 같지? 미친년 소리 밖에 못 들어. 짜증난다고? 일절만 하라고? 남자 진품 가려내는 공부가 뭔지나 말하라고? 성질 급하기는. 지금 말하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밀렸잖아. 잠깐, 어디까지 얘기 했더라. 네가 말 끊는 바람에 까먹었잖아. 아, 맞다. 내가 진품 남자를 찾기 위해 한 공부.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남자는 입만 벌리면 다 뻥이야. 아까도 말했잖아. LG 25 알바 뛰면서 LG에 다닌다고 떠벌리는 게 남자들이라고. 뻥뿐인 줄 아니? 웬만한 남자들, 다들 능구렁이라 독심술 빨은 통하지도 않아. 사주가 정확하긴 하지. 그런데 그렇다고 만나는 남자마다 태어난 연월일시를 알려달라고 하겠니? 아니면 처음 본 남자에게 손금 좀 보게 손 좀 빌려달라고 하겠니?

그것도 아니면 실례하지만 족상 좀 보게 구두를 벗은 다음 양해가 되시면 양말까지 좀 벗어 달라고 하겠니? 안 되잖아. 그래서 요즘 애들 말로 관상이 짱이라는 거야. 얼굴은 다 벗고 다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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