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여기가 우리 회사야. 저기 경비 아저씨 보이지? 난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회사는 경비 아저씨 하나는 잘 뽑았다고 봐. 숱이 짙고 짧은 눈썹. 크고 둥그스름하게 뻗어 내린 콧날. 잘 정돈된 입술. 그리고 얼굴의 모양도 오행(五行)으로 볼 때 금(金)이야. 금형이 뭐냐면…

음… 그냥 네모난 거 있지. 동글동글 한 게 아니라 네모난 얼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타입으로 힘쓰는 직업으론 최고의 얼굴이지. 거기에다 저 아저씨 머리카락 숱 굵은 것 좀 봐. 완전 딱이라니까. 그러니까 너희들도 힘 센 사람 찾을 땐 그런 사람 써.

“안녕하세요?”
방금 인사한 사람, 누구냐고? 응, 지하 아케이드 식당 아줌마.
“장사는 잘 되지만 요즘 좀 힘드시죠?”

 
장사가 잘 되는데 힘든 건 어떻게 알았냐고? 말했잖아. 딱 보면 안다고! 저 아줌마 얼굴을 봐봐. 콧날이 저렇게 오뚝하고 쭉 뻗은 사람은 자존심이 세서 간 쓸게 빼 놓고 장사하기엔 애로가 좀 있기 마련이거든. 잠깐, 엘리베이터 좀 타고. 사실 우리 회사가 잘 나가는 건 다 이유가 있어.

면접 때마다 유명한 도사를 불러와 관상을 보고 신입사원을 뽑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내 생각엔 헛소문은 아냐. 증거 있냐고? 있지. 그게 뭐냐고? 그게 바로 얼굴이라는 거야. 우리 회사 직원들의 얼굴을 보면 공통점이 있거든.

전문용어로 목국목체상(木局木體相)이라고 하는데, 피부색이 희고, 이마는 넓고 턱은 가늘며, 눈썹은 길고 눈은 날카롭지. 코는 곧게 뻗었고, 귀는 얇고 귓불이 발달하지 않았어. 또~ 어깨는 넓고 엉덩이와 하체는 여위었고. 옛날로 치자면 선비형이라고 할까?

하여튼 우리 회사 직원의 얼굴을 보면 대개가 그래. 그런데 요즘 신입사원 뽑는 거 보면 진취적인 인물을 뽑는다고 해서 아까 그 경비아저씨같이 생긴 사람을 많이 뽑더라고.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 관상이 허황된 게 아니라는 거야. 허황되기는커녕 잘 나가는 사람들이 더 따진다니까.

다 왔다. 저기 보이지. 외주 관리부. 저기가 내 사무실이야. 아참, 내 소개 했나? 내 이름은 서은경. 나이는 스물여섯. 보시다시피 좀 예뻐. 그런데 말이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야. 우리 회사에 세계 8대 불가사의가 하나 있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그 얼굴로 어떻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는 남자가 하나 있걸랑. 있걸랑? 어, 걸랑 걸랑 하는 건 그 남자의 말버릇인데. 하여튼 이름은 김민수고 직책은 대리인데 전형적인 남방계의 얼굴을 가진 아주 게으르고 느려터질 것같이 생긴 인물인데, 꼴에 예쁜 건 알아 가지고 이 몸을 좋아하는 눈치야.

정말 불쾌해! 왜냐고? 난 게으른 남자를 증오하거든. 보통 게으른 사람은 용기도 없어. 용기도 부지런한 사람한테 있는 거다 너. 삼단논법으로 따지면 김민수 대리는 게으르게 생겼다. 게으르면 용기가 없다. 고로 김민수 대리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난 김민수 대리가 싫어. 내가 관상 공부를 한 건 나를 지켜줄 용기 있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 걸랑. 앗! 또 걸랑했다.

으! 저기 있다 저기! 저기 보이지? 저기 김민수란 인간! 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내가 다음 주에 얘기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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