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가 매주 수요일 저녁 방영하는 ‘꿈의 기업 입사프로젝트-스카우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력의 벽을 넘어 오로지 열정과 기술력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최종 1인에게 장학금이 수여되고 그 자리에서 정규직으로 취업이 결정된다. 

지난 3월 7일에는 한국항만물류고등학교 물류시스템 운영과 3학년 김승환 군과 신민기 군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해 국내 물류업계 대표 기업인 한솔CSN에 정사원으로 입사하는 기쁨을 누렸다. 한솔CSN은 국내외 유통망을 갖춘 한솔그룹의 물류계열 회사이다.

이날 결선에 오른 4명 중 3명이 한국항만물류고 학생들이어서 전남 광양시 진상면에 있는 시골 학교는 개교 이후 64년 만에 최대의 경사가 났다. 김군과 신군은 전국의 물류 관련 고등학교 재학생 40명이 참가한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 오른 10명과 결선 무대에 서기까지 50일간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신군의 아버지(48)는 자영업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군은 “결선에서 내 이름을 불렀을 때 시간이 멈춘듯했다” 면서 “방청석의 어머니가 울고 계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기쁜 날이어서 울음을 참았다”고 말했다.

신군은 물류, 회계,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7개나 땄으며 전국 상업정보실무능력경진대회에서 비즈니스 영어부문에 입상할 만큼 노력을 많이 하는 학생이다. 신군은 “학교에서 꾸준히 익힌 중국어가 한솔CSN 상해지점의 현지 미션에서 좋은 무기가 된듯하다”고 말했다. 

 한국항만물류고는 1948년 개교 이후 농업고, 실업고, 인문고, 특성화고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2010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은 뒤 취업률 등이 괄목하게 높아졌다. 정부는 2008년 독일의 마이스터제도를 벤치마킹하고 미국·호주·스위스·일본 등의 직업교육 실태를 파악한 뒤 한국형 마이스터고 육성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해 10월 1차로 마이스터고 9개교를 선정한 이후 현재까지 전국의 35개 특수목적고가 마이스터고로 탈바꿈했다. 

 금오공고 노대균 군(통신전자과 3)은 취업 대신 기능직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노군은 행정안전부가 시행한 ‘기능인재추천채용제’를 통해 국가직 기능 9급(전기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최종합격했다. ‘기능인재추천채용제’는 기능인력 양성과 공교육 활성화 및 우수한 기술인력의 공직 진출 확대를 위해 2010년 도입됐다.

노군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에서 당당히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수업료, 입학금이 면제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쾌적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외국 산업체와 직업전문학교 연수 기회도 주어진다. 취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사이버대학 등에 진학할 수 있다. 기업체에서 4년 근무하면 입영 연기가 가능하며 입대하면 특기병으로 근무하고 제대 후엔 다니던 회사에 복귀한다.

2013년 1월 마이스터고 1기생을 배출하는 21개 고등학교의 취업률은 모두 100%에 육박해 고졸취업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이 약효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서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학생이 졸업한 뒤 7년(취업 후 3년, 취업 후 진학 4년) 동안 학교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개인별 진로를 관리하고 지도할 만큼 열성적이다.

마이스터고의 국가대표라고 자부하는 대전의 동아마이스터고는 전자·기계산업분야의 학교로 학교평가에서 최우수학교로 여러 번 표창을 받았다. 이 학교 김수영 군은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대학생들의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미래 기술명장을 꿈꾸며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전국 35개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설희관 언론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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