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보고타서 시행해 세계서 주목
일요일 간선도로는 보행자·자전거 천국
급행버스로 서비스개선 ‘인간중심 교통’

도시 교통문제는 도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교통정체가 심한 도시일수록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렵고, 기업들이 입지하기를 꺼려하며, 세계적인 회의나 국제기구도 유치하기 어렵다.

최근 남미에서 교통 혼잡의 오명을 벗어 던지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선진적인 교통시스템을 건설한 도시가 있다. 바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다. 보고타시는 도시교통문제를 사람 중심의 복지서비스 관점에서 새로 접근했다. 보고타시는 도로에서 시민들이 서로 화합하는 씨클로비아를 만들었다.

씨클로비아는 ‘간선도로를 막아 만든 자전거길’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120km의 간선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이 된다. 차량으로 정체되었던 거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자전거를 탈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강한 ‘공동체의식’을 느낀다. 씨클로비아는 도시교통체계가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씨클로비아의 성공으로 가장 선진화된 공공교통시스템인 ‘트랜스밀레니오 시스템’의 출발이 가능했다. ‘트랜스밀레니오 시스템’에서는 지하철형 버스 한 대가 최대 160명의 승객을 싣고 도로의 중앙 전용차로위를 고속으로 달린다.

또한 자전거 전용도로의 길이가 300㎞를 넘어 버스와 함께 교통의 두 축을 형성한다. 철저한 ‘자가용 5부제’와 매주 일요일 간선도로에 대한 ‘보행자 개방 정책’으로 이 시스템이 가능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의 이용만으로 시민들은 원하는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

그러면 보고타시와 같은 사람중심의 교통정책이 서울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할까?

첫째로, 보다 획기적인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하철과 버스전용차로제의 도입을 통해 서울의 교통 경쟁력은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지금 서울의 교통은 지하철과 버스전용차로제의 효과만으로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보다 획기적인 교통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는 트랜스밀레니오 시스템의 간선 급행 버스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도시자동차전용도로에서 철도 같은 버스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버스전용차로제의 버스들은 간선도로 급행버스의 지선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간선도로에서 철도 같은 급행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간선급행버스를 RTX(도로기차 급행서비스 :Road Train eXpress)라고 명명할 수 있다.

둘째로는 대중교통이용자가 대부분 자전거 이용자이거나 보행자이기 때문에 대중교통과 자전거보행을 결합한 한국형 씨클로비아가 고려될 수 있다. 지금도 청계천 일부구간에서 주말에 보행자 전용구간이 실시되고 있다. 

국내에서 씨클로비아가 실시될 수 있는 시간으로는 일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가 아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로 외출한다면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이 줄게 될 것이다.

셋째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고타에서는 ‘인본주의적 도시(Ciudad Humana)’라는 자발적 시민 참여 단체가 일요일 하루 동안 자동차도로를 도시 보행자 및 자전거 공간이 되도록 유도하여 씨클로비아가 가능토록 지원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녹색교통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인천과 서울 등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 및 이용부족으로 철거된 것은 안타깝다.

앞으로 서울의 강남과 강북에 떨어져 살고 있는 시민들의 절반인 500만명이 매주 일요일 씨클로비아를 통해 공동체의식과 연대감을 가질 수 있다면 상당한 사회적 변혁을 불러올 수 있다.

간선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군이 갈라져서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 지거나 혹은 아파트 값의 차이로 이웃이 멀어졌던 서울에서 씨클로비아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시당국은 이러한 시민들의 변화에 발맞추어 차량이용을 규제하는 혼잡통행료 등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하는 교육제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애처로운 아이들이 일요일 오전만이라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인간다운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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