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이 사진이 누군 줄 알지? 그래, 엘비스 프레슬리야. 그런데 너희들 몰랐지? 엘비스 오빠가 42살 새파란 나이에 죽은 건 다 이곳 때문이란 거. 인중을 잘 봐. 엘비스 오빠 인중이 어때? 짧고 깊지? 인중의 골이 짧고 깊으면, 운이 따르지 않고 단명하거든.

그런데 너희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엘비스 오빠가 일찍 죽은 건 순전히 날 못 만났기 때문이야. 엘비스 오빠가 죽기 전에 나 같은 사람 만났으면 지금도 개다리 춤을 추고 있었다니까. 정말이야, 진짜라니까. 뭐야 그 표정은? 너희들 왕서방 빤스를 훔쳐 입었니? 웬 의심? 너희들, 내가 너희들 인중 길어지게 만들어 주면 그땐 믿을래? 엘비스 오빠가 일찍 죽은 건 순전히 날 못났기 때문이라니까.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 잘 들어. 그리고 그대로 따라하면 진짜로 너희들 인중 길어진다. 인생 쭉쭉 펴지는 거라고. 그럼 어떻게 하면 인중이 길어 지느냐? 웃어. 웃어 봐. 안 웃겨도 억지로 웃어보라니까. 웃기만 하면 뭐해. 만져 봐야지. 어때? 웃으니까 인중이 길어지지? 이래서 엘비스 오빠가 날 만나기만 했어도 아직 요단강을 건너지 않을 수 있었다 이 말씀이야. 웃으면 인중이 펴지고, 인중이 펴지면 인생도 피는 거니까 될 수 있으면 웃도록 해. 인상 쓰고 전투적으로 살아 봤자 니들 목숨 니들이 재촉하는 거야.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질문. 응, 그래 옥이.

“언니, 어제 마지막에 말한 거 있잖아. 키는 뭐하고 비슷하다고 했지?”

 

옥아, 내가 뭐랬니? 화장할 때 이마에 하이라이트로 밝게 하라고 했니 안했니? 너같이 머리가 안 좋은 애는 이마를 밝게 화장하는 것만으로도 기억력이 좋아진다니까. 잘 들어. 아니, 듣지만 말고 따라해 봐. 그래야 머리에 쏙쏙 들어가서 안 까먹는다니까.

자, 시작한다. 좌우로 뻗은 양손의 길이는 그 사람의 키와 비슷하고, 양 손의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면 그것은 목둘레와 같으며…, 한 번 해보라니까. 진짜야, 해봐. 진짜 신기하게 딱딱 맞아떨어진다니까. 목둘레는 손목의 둘레의 두 배고, 얼굴의 크기와 발의 크기는 같아. 알겠니? 이게 바로 관상이 풀어 낸 인체의 신비라고나 할까? 음~ 그런데 말이야…. 아! 나 이것 참…. 이걸 알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너희들 말이야, 여자가 발이 크면 뭐가 큰지 아니? 아니다. 됐다, 됐어. 아무리 관상이 과학의 학문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나처럼 조신한 처녀가 그딴 말을 해. 됐다, 됐어. 그냥 내가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해.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왜? 너희들 표정이 왜 그래? 뭐? 말을 꺼냈으면 매듭을 지어야 할 거 아니냐고? 여자가 발이 크면 뭐가 큰지 말하라고? 말 못한다니까. 어떻게 그걸 내 입으로 말해. 정 궁금하면 너희들 거 보든가. 너희들 다 여자잖아. 자기 거 보면 알 거 아니야. 뭐? 봐도 모르겠다고? 얘, 좀 작게 말해. 밖에서 다 듣겠다. 알았어. 알려줄게. 말해주면 될 거 아니야. 여자가 발이 크면 뭐가 크냐면 말이지…. 뭐긴 뭐니? 신발이지.

하여튼 발랑 까져 가지고. 야한 생각 그만 해라. 새치 생긴다. 그런데, 이건 진짠데 말이야. 저기 있는 김민수 대리, 코 진짜 크잖아. 이건 진짜 관상학적으로도 증명된 건데, 남자가 코가 크면 뭐가 큰 줄 알아? 어머, 어떻게 해! 김 대리가 내 말 들은 거 같아. 날 쳐다보잖아! 뭐? 남자가 코가 크면 뭐가 크냐고? 넌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궁금하니? 궁금하다고? 얘, 남자가 코가 크면 뭐가 크겠니? 코딱지밖에 더 있어? 어머! 내 얘기 또 들었나봐. 김 대리가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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