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설업계 ‘기술표준시장’ 선점 열전
표준대열에 뒤지면 경쟁력 잃어 큰 손실
정부도 제도장치 마련 적극 지원 나서야

연말이 다가옴으로써 건설업계의 불황과 근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송년을 맞이하며 관련 업계의 지인들과 대화도 조심스럽다. 대선을 앞두고 기대하는 바도 크지만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우리 건설업 종사자들이 무엇인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일반적이 생각이다. 정부도 많은 생각을 하고 혁신적인 새로운 미래 정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본 지면을 통하여 주거 건축물의 품질과 하자 방지, 국제표준기술 확보와 경쟁력 강화, 국가 기술자산의 관리와 특허기술 수출 등에 대한 대응과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국내공사나 해외공사 모두 준공 후 하자 보상책임 비용 지출에 회사는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미래 시장으로 해외 시장을 지향하고 있으나 그 사정도 넉넉지는 못하다. 이미 많은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 간 출혈 경쟁을 하였다. 국가적으로 큰 손해이다. 단순 시공 관리의 저가 수주식 해외 건설 진출이 아닌, 우수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을 수출하자는 것이 지금의 목소리이다.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시공기술,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 제품 기술은 무엇인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기술은 무엇인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본 지면을 빌어 필자는 미래 해외 건설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건설기술의 국제표준화 활동 활성화’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해외 시장은 영어만 잘한다고 통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영어 표현은 중요한 도구이다. 영어로 말을 잘하는 기술자가 실무적 지침(국제표준, 시방서, 규정, 지침 등)을 잘 이해 못한다면 그것도 큰 문제이다. 해외건설 시장은 크게 북미권, 남미권, 유럽권(북유럽 포함), 중동권, 아시아권, 아프리카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제시장의 대부분 기술 지침은 ISO, 미국 기준, 유럽기준으로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국제무대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술자는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현지에 배치된 후 공부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이해하지 못하면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생기고, 발주처와 의사소통이 안 되어 분쟁이 발생한다. 해외진출을 원하는 기업은 기술자로 하여금 국제표준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

건설 분야의 ‘국제표준화(International Standardization)’는 건설산업 자체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 정보, 교통, 플랜트, 경영, 환경, 안전 등에 관한 산업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원활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로써 세계 건설 시장의 완전 개방화 및 자유화 시대에 상호 이익과 협력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구 환경 변화와 에너지 자원의 부족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 구도를 바꾸고 있으며, 전통적 기간산업인 건설산업은 UR, WTO, FTA를 통한 시장 개방과 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술표준시장’을 지배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1세기의 산업은 선진 외국의 시장 동향, 기술 정보를 파악해 합리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경쟁력과 기술력 구비 핵심 수단으로써 ‘국제표준’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국제무역 시장에서 각국이 만들어 놓은 규제(기술규제, 국가표준, 평가절차 등)에 의한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 Barriers of Trade)’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이를 해결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하려는 방안으로 관련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건설 분야는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을 해야 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생산비용 절감의 수단’의 소극적인 개념 표준에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국제시장지배 수단’의 적극적인 개념으로 국제표준 개발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상호 호환성 있는 기술을 가짐으로써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고,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술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으며, 동등한 입장에서 기술 공유를 함으로써 기술료 지급을 억제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제5차 건설기술진흥정책(2013년부터 2017년까지)을 수립 중에 있다. 해외 건설 시장에서의 기술 표준화는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 우위 선점을 의미하게 되므로 표준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게 되어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즉, 국내 건설산업이 FTA, WTO/ TBT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무역장벽이 없도록 국제표준화 활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체계의 마련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금번의 정책 수립에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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