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말도 마. 진짜 최악이었다니까. 누구긴 누구야? 김 대리 그 인간 때문이지. 어제 회식 장소로 가는데 나한테 쭈뼛쭈뼛 다가오더라고. 스페인에서 가장 불효막심한 놈 이름이 누군 줄 아냐고 물으면, 지금이 때가 언제인데 쌍팔년도 농담을 하냐고 톡 쏘아 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 인간이 말을 못하는 거야. 그러더니 덜덜 떨면서 저어~ 저어~ 그러지 않겠어.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할 말 있으면 하시라고 하니까, 아까처럼 자꾸 저어~ 저어~ 그러면서 저쪽에 있는 제갈 대리를 보는 거 있지. 제갈 대리는 답답한 듯 빨리 말하라는 듯 손짓을 하고 말이야. 내가 더 답답하더라고.

그런데 그때 갑자기 김 대리 말문이 터진 거야. 내 얼굴에 그 큰 얼굴을 디밀고 아빠이빨 까부렸수? 이러는 거 있지. 밑도 끝도 없이 아빠이빨 까뿌렸냐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그것뿐이면 내가 말도 안 해. 조상 중에 술 못 먹어 죽은 귀신이 있는지 회식 장소에 가자마자 달리는 거야. 김대리 앞에 과장님이 앉아 계셨는데, 과장님도 걱정이 됐는지, “김 대리, 오늘은 또 누구 무릎을 베고 자려고 초반부터 술빨을 올리는 거야?” 그러셨잖아. 나 어제 알았다니까.

 
김 대리 소원이 여자 무릎을 베고 자는 건데, 그러면 그 여자와 결혼하겠대. 김 대리 변태냐고? 그건 아니고, 돌아가신 어머니 무릎에서 잔 기억을 잊지 못해서래. 그런데 히트는 옥이 그 앙큼한 계집애가 김 민수 대리를 좋아하고 있었더라고. 진짜야. 나도 그동안 감쪽같이 속았다니까. 옥이 걔가 제갈병철 얘기만 나오면 질색팔색을 한 게 다 이유가 있었어.

그런데 진짜 웃기지 않니? 김 대리하고 제갈 대리나 거기서 거기 아니야? 누구 좋고 누군 싫고 할 게 뭐 있냐고. 그런데 옥이가 김 대리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과장님께서 “오늘은 또 누구 무릎을 베고 자려고 초반부터 술빨을 올리는 거야?”그랬다고 했잖아. 그때 옥이가 물어보더라고. “과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릎을 베고 잔다니요?” 그러니까 과장님이 김 대리 어머니 얘기하고 그 얘기를 해 준거야. 그랬더니 옥이가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척하면서 한 칸씩 두 칸씩 김 대리 옆으로 자리 옮기는 거 있지? 진짜야. 내가 다 봤다니까.

옥이가 김 대리 옆에 앉았을 땐 김 대리는 이미 취해서 꾸뻑꾸뻑 졸고 있는데, 김 대리 머리가 옥이 무릎으로 떨어질 듯, 떨어질 듯 안 떨어지는 거야. 그래서 옥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나중엔 김 대리 머리를 잡고 자기 무릎 쪽으로 꾹 누르더라니까. 그런데 김 대리 머리가 옥이 무릎에 닿기 전에 식탁 모서리에 정통으로 부딪힌 거 있지. 이마를 비비며 아파 죽는다고 하더라고. 누가 그랬는지 걸리면 때려 죽인다나. 그래, 나도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지.

그런데 그 인간이 웃는 내 얼굴에 찬물을 뿌린 거야. 과장님이 자기 처제가 아이를 낳았는데 무슨 선물이 좋겠냐고 해서 내가 처제가 직장인이니까 분유가 어떠냐고 했더니, 글쎄 그 인간이 식탁을 쾅- 내려치며 “안 됩니다!” 그러는 거야.

그러더니, 이런다. “우리 어머니 마흔아홉에 절 나으시고, 젖이 안 나와 전 제대로 젖 한 번 마음대로 먹어 보지 못하고 자랐으며,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젖가슴 한번 실컷 만져 보지 못한 게 한으로 남습니다! 멀쩡한 엄마가 있는데 왜 소젖을 먹입니까! 사람이 소새낍니까!” 이러는 거야. 과장님이 으이그 저 자식 또 시작이네… 그러면서 조용히 시키란 시늉을 하는데, 김 대리가 술에 취해 시뻘건 눈으로 내 가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래서… 오늘 같이 이렇게 취하는 날이면, 어릴 때 못 만져 본 젖가슴이 무척이나 만지고 싶답니다.” 이러는 거 있지. 미친 거 아니니? 어디다 들이대! 두고 봐. 내가 다음 주에 선보거든. 내가 킹카 잡아서 김민수 그 인간 보란 듯이 결혼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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