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경제민주화 관련 핵심 요소
적용에 예외조항 많아 법 실효성에 문제
‘수급업자에 불공정한 내용 무효’ 명시를

최근 언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는 ‘경제민주화’인 것 같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경제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인데, 건설경제에 있어서도 민주화는 경제적 약자인 ‘하도급업자’들에 공정한 대우를 의미한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을 것 같다. 때맞추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공제조합이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건설산업기본법’에 대한 개정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하도급 관행의 개선과 원·하도급업자 간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하도급법의 개정과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에 관한 것으로서, 그 내용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할 때에는 해당 계약서가 표준하도급계약서임을 표시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하도급계약서를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준하여 작성하게 하고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특약을 설정하지 못하게 함과 아울러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처럼 거짓 표시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위와 같은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 및 변경금지’에 관한 개정취지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한없이’ 허용을 하면서 단지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특약만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에 의한 불공정 하도급관행을 불식시키고자하는 당초의 취지를 무색케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현행 하도급법 제3조의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한없이’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나아가 하도급계약의 체결단계에서 수급사업자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계약내용을 관철시킬 수 없는 구조적인 현실은 도외시 하고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특약만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모양새만 갖추는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그 내용에 있어 하도급업자에게 불공정한 조항은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더해지거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표준하도급계약서의 규정과 달리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더해지지 않는 한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을 통한 불공정하도급 관행의 강력한 시정이라는 것은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도급계약 체결단계에 있어서 수급사업자는 계약조건을 결정할 만한 지위에 있지 않다는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임차인이 사회적 약자라는 현실을 고려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고, 그러한 규정은 영세 상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도 재차 확인이 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입법취지의 내면에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계약자유의 원칙이 경제적·사회적 약자에게는 불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인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의 규정에 위배되는 하도급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보지는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관련법규의 강행성을 넓혀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도급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 및 그 내용을 법적으로 점차 의무화 해나가는 것이 오히려 영세 하수급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조치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특약의 설정을 금지한다는 법안은 실제 법을 적용함에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지의 여부는 수급사업자만이 알고 있을 뿐인데 수급사업자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체결하였다고 주장만 하면 수급사업자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아니면 특약사항이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하면 무조건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가. 적용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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