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어떤 남자가 나왔으면 좋겠냐고? 그거야 당연히 용기가 돈만큼 많은 사람이지. 말했잖아. 내가 관상 공부를 한 건 나를 지켜줄 용기 있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라고. 그런데 생각해 봐. 지금이 무슨 원시시대도 아니고 용기가 밥 먹여 주는 건 아니잖아.

옛날 같으면 용기가 있어야 사냥해서 여자 밥도 먹여주고 맹수로부터 여자를 보호도 해줬지만 요즘은 어디 그래? 허가 없이 사냥하면 징역 가는 세상이야. 그리고 웬만한 맹수보다 속 시꺼먼 놈씨들이 더 무서운 세상이라고. 그래서 돈이라는 거야. 돈만 있어 봐. 정육점 가면 널린 게 고기 아니니?

세상이 바뀌었어. 옛날엔 남자의 용기가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돈이라는 거야. 세상이 바뀌면서 용기의 모습이 돈으로 바뀐 거라고. 잘 생각해 봐. 돈은 뭐 아무나 버는 줄 아니? 죽기 살기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이라도 할 것이고, 죽기 살기로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 딱 좋은 세상이야. 돈도 용기 있는 사람이 잘 번다니까.

 
어머, 저기 있다. 저기 창가 쪽에 분위기 있게 앉아 있는 남자 있지? 저 사람이 오늘 나하고 선 볼 남자인데 커플 매니저 말로는 집안 끝내 주고, 학벌 빵빵하고…. 잡으면 봉이라는 거야. 그러니 내 눈에 김민수 대리가 들어오겠어? 턱도 없는 소리지.

어때? 나 섹시해 보여? 그런데 저렇게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은 섹시한 걸로만은 안 돼. 섹시한 건 기본이고 거기에 조신함을 베이스로 깔고 청순미로 데코레이션을 한 프리미엄급 왕 내숭으로 모셔야 한다 이 말씀이지. 말로만 들어선 잘 모르겠다고? 그럼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

자… 잠깐! 엥? 그런데 이건 뭐지?!
말도 마. 나였으니까 망정이지 보통 여자 같았으면 깜빡 속아 넘어갔겠더라고. 그러니까 옥아, 너도 공부해야 돼. 그런데 어딜 보고 알았냐고? 응, 커플 매니저 말로는 그 남자가 강남 땅 부잣집 아들에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거든.

그런데 딱 보니까 아닌 거야. 여기, 여기 그러니까 눈과 눈 사이에 미간 아래에 코가 시작되는 부분 있지? 거기를 산근이라고 하거든. 보지만 말고 너도 네 거 한번 만져 봐. 그래 거기를 산근이라고 하는데, 그곳이 높으면 높을수록 공부와 인연이 많은 운명이거든.

내 말 못 믿겠으면 한번 둘러 봐. 학력이 높은 사람들은 거기가 하나같이 높아. 그리고 공부할 일이 없는 어린 아이들이나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푹 꺼져 있고. 그런데 그 인간 산근이 딱 그 모양인거야. 그래서 내가 떠 봤지. “유학생이라면서요? 외국에서 공부하시기 안 힘드세요?”

그랬더니 그 인간이 이런다. “부모님이 주는 돈으로 공부하는데 힘들게 뭐 있겠어요? 있다면 외롭다는 게 좀….” 딱 걸린 거야. 그래서 내가 물었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그랬더니 자기는 부모님을 전혀 모실 필요가 없는 막내라는 거야. 그런데 그 사람 얼굴엔 막내가 아니라 장남이라고 쓰여 있던 거야. 엉? 얼굴만 보고도 그런 걸 알 수 있냐고? 그럼 알 수 있지. 그러니까 내가 이게 신통방통하다는 거 아냐.

자, 내 귀를 봐. 귀의 맨 바깥쪽 둘레를 윤(輪)이라고 하고 그 안쪽에 불룩 돋아서 돌아가는 둘레를 곽(廓)이라고 하거든. 장남은 윤과 곽이 평행으로 휘어 있는데, 둘째나 셋째들은 곽이 윤 쪽으로 치우쳐 있어. 그러니 귀만 봐도 그 사람의 형제 서열 정도는 알 수 있는 거지.

하여튼 그 인간 나한테 딱 걸린 거야. 내가 그랬지. “아저씨 장남이잖아요! 그리고 유학은커녕 잘하면 고졸? 아니면 중졸?” 이랬더니 뭐라는 줄 아니? 겁에 질린 얼굴을 해가지고 아가씨 무당이세요? 이러는 거 있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해? 내가 마시던 물을 그 인간 면상에 뿌려주고 싶었지만, 관상인으로서 품격도 있고 해서 그냥 메롱- 하고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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