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울타리 안에서만 보면 시장 좁아
기술을 융합하면 건설경제 영토 무한정
타국에 앞서 선점전략ㆍ방법 찾는 게 관건

국내 건설시장 침체가 더 지속될 전망이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국책사업도 이번 대선에서는 찾기 어렵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재정 여력이 소진된 것은 보통 시민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쓸 곳은 많지만 정부 곳간을 채울 세입이 마땅하지 않아 당초 계획했던 국가재정균형 시기도 2016년으로 2년 연기했다.

시장 침체를 건설 외적인 세계 경제 문제로 돌리는 이유만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건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울타리 밖에서 한국건설을 보는 시각이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게는 내수시장에 몰입되어 있는 한국의 소프트웨어산업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건설을 벤치마킹하기 바쁘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조선산업이 건설을 보는 시각은 전혀 예상 밖이다. 한국조선사들이 건조량 기준 세계 6위까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의 규모는 연간 2000억 달러 수준이다.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연간 6.5~7조 달러고, 이 중에서 국제입찰로 진행되는 규모가 약 7000억 달러다.

조선사들이 보는 시장은 세계 건설시장 전체다. 왜 국내와 국제시장을 따로 떼어놓고 고민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한다. 국내시장이 어려운 지금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혁신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도 건설과 차이다.

울타리 밖에서 보는 건설시장은 7조달러지만 울타리 안에서 보는 시각은 국제입찰 대상 사업만 보고 있는 차이다. 울타리 밖의 생각은 시장이 있는 국가나 지역에 현지 업체인수나 현지법인을 통해 시장을 넓혀나가는 걸 극히 당연시 한다. 규모로만 본다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건설이라는 울타리 안의 생각은 ‘건설에 의한 건설을 위한 건설기술에 의한 생산’이다. 울타리 밖의 생각은 ‘시장이 있는 곳에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전략과 시장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기술로 공급’에 두고 있다.

한국건설의 영토를 생각해보자. 15세기 포르투갈의 경제 영토는 100배 이상이었다. 포르투갈의 국토면적은 남한의 90%에 지나지 않는다. 20세기 초에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의 경제영토는 150배였다고 한다. 영국의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1.1배에 불과하다. 건설경제 영토는 지금의 땅 넓이와 전혀 무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건설이 경제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한대에 가깝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 유무가 아니라 선점할 수 있는 전략과 방법, 그리고 생각의 차이에 있다. 세계시장을 한국건설의 경제영토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기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건설에서 시작해 건설로 마감하려면 해답이 없다.

공급역량은 건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세계 시장의 수요를 쫒아가기 힘들다. 공급 자체는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지만 수요는 울타리 밖에 있기 때문이다. 공급은 수직 종축임에 비해 수요시장은 수평 통합묶음이다. 왜 세계 발주기관들의 수요가 만능해결사(total service provider)를 찾고 있는지 알면 건설이라는 울타리를 걷어낼수록 시장은 점점 더 넓어짐을 알게 된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한국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쟁의 핵심은 타 국가보다 먼저 전략과 방법을 찾아내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건설이라는 울타리에 또 다른 울타리가 한국건설에 존재한다. 업종·업역간 칸막이, 토목과 건축, 플랜트 공종간에 존재하는 차단 벽, 설계와 시공간의 배타적 단절 등이 대표적인 울타리다. 금융과 IT기술과 건설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건설 울타리 안으로 끌어드리려고만 한다. 건설이라는 울타리를 걷으면 어떤 산업과도 통섭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문 열고 들어오기만 기다린다.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구분을 흐리고 있다.

토마스 프리드만이 주장했던 ‘세상은 평평하다’는 것이 최근에는 세상은 결코 평평하지 않다는 흐름에 묻혀버렸다. IT기술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광범위해 질수록 국가나 기업간 기술격차는 더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이 의미는 기술과 기술, 기업과 기업, 산업과 산업 내부자 거래로는 경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융합시대가 되어버렸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 혼자서 모든 역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과거 변화는 미리 대비할 시간을 줄 만큼 여유가 있었다. 변화 자체도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연합의 힘이 경쟁을 좌우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의 크기와 속도가 되어 버린 세상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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