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너 혹시 바람의 파이터라고 알아? 왜 일본에 건너가 맨손으로 황소를 때려잡고 전 세계를 돌며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무릎 꿇린, 그 전설의 최영의 선생 말이야.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천하의 최배달 오빠도 이단 옆차기를 하며 태어나진 않았다는 거야. 그럼, 이 최배달 오빠가 어떻게 무림의 초절정 고수가 되었느냐? 속세를 끊고 입산수도, 매일 매일 천 번의 단! 만 번의 련!을 외치며 나무에 대고 주먹질 연습을 했다는 거야. 그런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일인자가 될 수 있었다 이거지.

옥아, 내가 너한테 왜 이 얘기를 한 줄 아니? 내가 틈만 나면 선보러 다니는 걸 옥이 넌 별로 안 좋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내가 한 명 한 명의 남자를 만나는 건, 뭐랄까… 최배달 오빠의 숭고한 주먹질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해 줘야 돼. 천 번의 단! 만 번의 련! 말이야. 말했잖아. 내가 관상 공부를 한 건 나를 지켜줄 진품을 찾기 위해서라고.

그런데 남자 만 명은 못 만나볼망정 천 명은 만나봐야 하지 않겠니? 됐다고? 됐으니까 어제 선 본 남자 얘기나 하라고. 알았어. 원시인이더라고. 그래서 퇴짜 놨지 뭐. 응? 원시인이고 한 걸 보면 털이 많은 남자였나 보라고? 내가 진짜 회의를 느낀다. 넌 관상을 배웠다는 애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털이 많아야 원시인이니? 가죽 팬티에 돌도끼라도 들고 있어야 원시인이야?

 

얼굴을 봐야지, 얼굴을. 눈꼬리를 귀 쪽으로 쭉 뻗어서 귀가 눈보다 올라가 있으면 진화가 덜 된 사람이고, 귀가 눈보다 밑으로 내려와 있으면 진화가 많이 된 사람이야. 귀의 위치하고 사람의 진화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해 봐. 옛날 사람들은 동물들하고 싸워야 했기 때문에 귀가 레이더 역할을 했을 거 아냐. 그래서 원시인들의 귀는 토끼처럼 크고 위에 붙어 있었어. 박물관 가 본적 있지? 아니면, 영화 아바타 봤지? 잘 생각해봐. 원시인들 귀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하지만 요즘은 어디 그래? 사람보다 귀한 게 맹수야. 맹수하고 싸울 일 없다는 거지. 그러다 보니 귀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게 된 거야. 즉, 귀가 밑으로 내려온 사람일수록 진화가 많이 된 사람이다… 이 말씀이지. 어머, 옥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눈썹을 왜 뽑아?! 미쳤어! 언니 말하는데 받아 적지는 못할망정 족집게로 눈썹은 왜 뽑아! 너, 내가 사람 몸은 남자 젖꼭지 빼고 다 필요한 거라고 말 했니, 안 했니!

내가 아까 최배달 얘기 했었지? 그 오빠가 천 번의 단! 만 번의 련!을 하러 산으로 들어갈 때 눈썹을 깎고 들어갔어. 그런데 왜 하필 눈썹이겠어? 머리털도 있고 겨드랑이 털도 있고 찾아보면 이곳저곳에 털 천지인데, 왜 하필 눈썹을 깎았겠느냐고. 그건 바로 최 오빠가 관상을 알았던 거야. 관상학적으로 볼 때 눈썹은 형제와 인척을 나타내는 거거든. 즉, 눈썹을 깎는다는 건 혈육의 인연도 끊겠다는 무시무시한 결심이고. 그런데 넌 왜 눈썹을 뽑아? 너 혹시 비구니 될 거니? 뭐? 눈썹 한 올 뽑은 거 가지고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그럼 내가 한 가지만 물어 볼게.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하고 혼자 사는 동물의 차이가 뭔 줄 알아? 눈, 코, 입, 귀 모양이 달라서 그렇지 있을 건 다 똑같이 있어. 그런데 너 개한테 눈썹 달린 거 봤니? 고양이한테 눈썹 달린 거 봤어? 눈썹이 그런 거라니까. 난 돈 주고 심으려는데, 넌 그걸 뽑냐고?! 그러니까 너도 오늘부터 눈썹 관리에 신경 좀 써. 머리만 빗지 말고 반짝 반짝 눈썹 관리도 좀 하란 말이야. 진짜야. 정말 내 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 콩떡을 얻어먹는 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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