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것 같으면서 어려운 게 새해 덕담(德談)일 것이다. 새해를 맞아 가까운 가족부터 시작해 지인(知人)들에게 들려줄 덕담 때문에 연례행사마냥 고민하곤 한다. 나름 의미 있는 덕담이 생각나지 않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그냥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가 아닐까 싶다.

언론에서는 새해 사자성어라니 하면서 희망의 글귀를 명사(名士)들의 입을 통해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박근혜 시대를 여는 2013년은 과연 어떤 염원을 담은 글귀가 공감을 얻을까. 물론 지난 연말부터 요란스럽게 떠들어 왔지만, 2월25일 대통령 취임 때까지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민의(民意)를 전달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언론 고유의 역할도 있겠지만, ‘자기들만의 목소리’를 팔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생각일까. 거창하고 거시적인 것보다는 보통의 국민,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이 실현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등 당면 과제들의 해결보다 우선해야 할 것들이 없는지 생각해 보았다.

가령 쪽방촌 사람들, 특히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추운 겨울을 넘길 수 있는 연탄과 쌀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서민들의 가정에 주름살을 펴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설을 살려야 한다. 건설만큼 서민들에게 골고루 온기가 돌아가게 하는 산업이 없을 것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상위층은 1%도 되지 않는다. 일용직을 비롯해 말 그대로의 서민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이 살아야 식당 술집 미장원 등의 영세자영업이 살아나고, 철강재 시멘트 등 기초산업을 비롯한 연관 산업들도 덩달아 살아난다. 단순한 경제원리다. 정책관계자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경제 우선순위가 궁금하다. 서민층이 붕괴된 후의 경제민주화니 보편적 복지 및 양극화 해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냉기가 흐르는 서민들의 방바닥부터 데우는 게 시급하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아직도 의미 있는 새해 덕담을 건네지 못하고 있다. 매번 반복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연초 신년인사회를 비롯해 각종 모임에서 무슨 말을 건네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다.

가라앉은 경기 때문인지 새해 기분은 들지 않지만, 새해는 새해인 모양이다. 하지만, 올핸 덕담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새해 ‘복’은 이미 오래전에 수명을 다했든지, 아니면 일부 상위층에만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새해 덕담은 아니지만, 올해엔 건설이 좀 살아 저녁에 치킨 두 마리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일용이 아저씨의 바람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박진석 코스카 중앙회 정보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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