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미신? 옥아,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너 지금 미신이라고 했니? 얘, 내가 지금까지 관상은 과학이라고 몇 번을 말했어? 침대만 과학이 아니야, 관상은 더 과학이라니까. 좋아. 내가 그 증거를 대 볼게.

너 파스칼 알아? 프랑스의 위대한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과학자 겸 수학자이면서 물리학자인 동시에 발명가인 파스칼. 이 오빠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람이냐면, 1642년에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사람들 짚신 신고 다닐 때 계산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야. 정말 어마어마하지? 그런데 이 프랑스의 위대한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과학자 겸 수학자이면서 물리학자인 동시에 발명가인 파스칼 오빠가 그랬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티미터만 낮았어도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고.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오빠가 왜 그런 소릴 했느냐야. 그렇지! 이 오빠도 관상을 믿은 거지. 이 오빠가 설마 흰소리를 했겠니? 넌 그 의심하는 병부터 고쳐야 돼. 그래야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도 만난다고. 응? 그래서 난 어떤 남자랑 결혼하고 싶냐고? 그거야 물론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용기 있는 남자지. 내가 옛날에 한번 설명해 주지 않았나? 요즘 세상은 구조적으로 용기가 있는 남자가 능력이 좋게 되어 있다고.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니까.

 
뭐? 용기는 있는데, 돈이 없고 못 생겼으면 어떻겠냐고? 음~ 그럴 리 없겠지만,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난 용기가 먼저야. 나를 위해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 남자, 죽을 때 죽더라도 여자로 태어났으면 그런 남자 한번 만나고 죽어야 하지 않겠니? 뭐? 네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그런 남자가 있다고! 그게 누군데? 너 혹시 제갈병철 대리 얘기 하려는 거니? 제갈 대리가 은근히 너 좋아하는 거 같더라.

아얏! 왜 꼬집어! 뭐? 그 사람 얘긴 꺼내지도 말라고. 징그럽다고. 왜? 제갈 대리가 불효자 얘기에 집착해서 그렇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너. 아얏! 얘가 왜 자꾸 꼬집어. 알았어. 네 앞에서 제갈 대리 얘기 안하면 될 거 아니야. 아무리 제갈 대리가 싫어도 그렇지 뭘 그렇게 잡아먹을 것처럼 쳐다볼 건 또 뭐 있니?

맞다. 너 아까 용기 있는 남자 알고 있다고 그랬지? 그게 누군데? 그 사람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게 누군데? 알았어. 여긴 내가 살게. 아줌마, 여기 오백 두 잔 더요.

어머! 그런데 저기 저 사람 김민수 대리 아니니? 제갈 대리도 있네. 쳐다보지 마. 그러다 눈 마주치면 합석하자고 들이댄단 말이야. 어우, 그런데 저 사람들 술하고 무슨 원수 졌어? 웬 술을 저렇게 많이 마셨어. 저 술병 팔면 집에 갈 택시 값도 나오겠다.

그런데 뭐라는 거야?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너도 들었지. 방금 김민수 대리가 내 무릎을 베고 자고 싶다고 한 거. 미친 거 아니야? 아 맞다! 저번에 회식 때 김민수 대리가 그랬었잖아. 자긴 무릎을 베고 잔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저 사람 지금 나하고 결혼하고 싶다, 뭐 그런 얘기 같은데 맞지? 제갈 대리는 또 뭐라는 거야? 뭐? 제갈공명의 직계 후손인 자기만 믿으라고. 김 대리하고 나하고는 자기가 책임지고 연결시켜 주겠다고?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이건 웬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김칫국으로 주거니 받거니 건배를 하고 계시네. 이걸 어째? 너도 들었니? 잘 부탁한댄다. 김 대리가 제갈 대리를 믿는 눈치야. 뭐? 난 너만 믿는다고. 오늘 밤 죽을 용기로 끝까지 한번 마셔 보자고? 이거 울어야 하니? 웃어야 하니? 밤새 술 마시는 게 용기야? 저러니까 내가 싫어하지. 분명히 말 하는데, 난 김민수 대리가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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