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김민수 대리? 옥아, 너 지금 김민수 대리라고 했니? 네가 알고 있다던 용기 있는 남자가 김민수 대리라고? 너 혹시 어제 김민수 대리가 죽을 용기로 술 마시잔 이야기를 듣고 김 대리가 용기 있다고 하는 거야? 김민수 대리는 해병대 나왔다고? 제갈 대리는 축농증 때문에 공익 나왔다고? 너 정말 그것 때문에 김 대리님이 용기 있다고 한 거야?

김 대리가 화내는 거 봤냐고? 글쎄… 네 말 듣고 보니까 정말 김 대리님 화내는 거 못 본 거 같네. 그런데 화를 안 내는 건 용기 있는 게 아니라 착한 거 아냐?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고? 관상보다 더 중요한 게 심상이라고? 심상? 심상이 뭔데? 얼굴보다 마음이고, 착하지 않은 사람이 용감한 게 바로 ‘사고 친다’라고 하는 거라고?

김민수 대리는 착하기 때문에 교통 신호도 잘 지키는 거고, 저번 엘리베이터 사고가 났을 때도 제일 늦게 나온 거라고? 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갖다 붙일 데 갖다 붙여야지. 김민수 대리가 교통 신호 잘 지키는 거 하고 용기 있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런데 너 김 대리님이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옥이 네가 김 대리님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설마 스토커까지는 아니지? 하여튼 김 대리님이 교통신호를 잘 지킨다면 그건 둘 중에 하나야. 융통성이 없거나 운전을 못하거나. 그리고 엘리베이터 사고 났을 때 김 대리님이 맨 늦게 나온 건 용기가 아니라 순전히 몸이 둔해서고.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이 맹꽁아.

 
뭐? 질서를 잘 지키는 건 원칙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고, 원칙을 지킨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가 있다는 증거라고?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 그럼 엘리베이터에서 맨 나중에 나온 것도 진짜 용기 때문인가? 사람, 다시 보이네

어머! 그런데 김 대리 지금 나 훔쳐보다가 지금 나하고 눈 마주쳐서 얼른 고개 돌린 거 맞지? 딱 걸렸어. 그동안 느낌으로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니까. 내가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그렇게 자꾸 쳐다보면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오늘 저 버릇 완전히 고쳐 줄 거야.

“대리님, 저 쳐다보신 거 맞죠? 왜 그래요? 왜 그렇게 절 쳐다보시는 거예요?” “아니 그렇게 가만히 계시지 말고 무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대리님도 저처럼 뭐 보세요? 속 시원히, 아니 용기 있게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요.”
말을 하라니까 뜬금없이 웬 지갑을 꺼내고 있어?

“돌아가신 엄마 사진이에요”
엥? 엄마? 엄마라니? 아니 중절모를 쓴 콧수염 난 엄마도 있나?
“죄… 죄송합니다. 그… 그건 아버지고, 이… 이 분이… 어머니세요. 은경 씨 하고 정말 많이 닮았죠?”

정말 닮긴 닮았네. 소도둑처럼 생겨가지고 마마보이야 뭐야? 잠깐, 그럼 얘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이 사람이 나 좋다고 한 게 내가 너무 예뻐서, 내가 너무 섹시해서 그런 게 아니었던 거야? 내가 자기 엄마랑 닮았기 때문이었어? 나 헛물 켠 거니? 냉수 한 그릇 마신 거야? 이젠 속 차릴 일만 남은 거니?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완전 자존심 상하네.
“대리님, 부탁이 있는데요, 저 앞길이 구만리인 여자거든요. 제발 신경 좀 꺼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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