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가만히 좀 있어 봐. 왜 자꾸 고개를 돌리고 그래. 진득하게 좀 가만히 있어야 이리저리 홀시어머니가 며느리 감 보듯 찬찬히 뜯어 볼 거 아니야. 선 처음 보니? 물론 남자들은 간단하지. 남자들이 여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딱 두 개밖에 더 있어? 예쁜지 못 생겼는지.

그런데 이 몸은 아니거든. 볼 게 좀 많아.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나타내는 코도 봐야지, 집안 배경이 나타나는 이마도 봐야지,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눈도 봐야지, 형제와 자손을 짐작할 수 있는 눈썹도 봐야지, 이 사람이 앞으로 받을 복이 얼마 만큼인지 알 수 있는 귀도 봐야지, 앞으로 가정을 꾸리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입도 봐야지, 미래의 건강 지표인 이도 봐야지,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노년 운도 무시 할 수 없잖아. 그래서 말년 운은 어떤지 턱도 봐야지, 그것뿐인 줄 아니, 얼굴을 4등분해서 자오묘유선도 확인해야 하고, 얼굴을 셋으로 나눠서 삼정법으로도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한단 말이야. 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예쁜 내가 이렇게 미소도 지어주고 있잖아.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어 봐.

 
그런데 이 사람 보면 볼수록 문제가 있는 사람이네. 내가 알기로는 이 사람이 공무원이라고 했거든. 직장도 튼튼하니 소개 한번 받아 보라고 해서 내가 나온 거야. 그런데 얼굴 여기, 그러니까 이마의 정중앙, 보지만 말고 너도 한번 만져 봐. 이마 두었다 어디다 쓸려고 그러니? 이럴 때나 한번 만져 보고 그러는 거지. 그래 거기, 이마의 딱 한가운데. 거기를 관록궁이라고 하는데, 여기가 두툼해야 나랏밥을 먹어도 두 다리 뻗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데 이 사람은 좀 아닌데….

그리고 관록궁에 살집이 좀 두툼해야 부모 덕이 있어 가업도 물려받을 수 있는데 하여튼 이 사람은 좀 아니야. 관록궁을 판단할 땐 옆에서 보면 더 정확해. 너 혹시 옛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본 적 있니? 남자 주인공 클라크 게이블 생각나? 그 사람의 옆얼굴을 떠올려 봐. 어때? 이마가 음푹 들어갔지? 실제로 클라크 게이블은 부모 덕이 없어서 혼자 힘으로 인생을 개척한 오빠로 유명해.

그럼 좋은 이마는 어떤 이마냐? 9시 뉴스를 틀면 볼 수 있어. 뉴스를 틀면 국회의원들 만날 싸우지. 한심 블루스도 그런 한심 블루스가 없지? 그런데 인생이 아이러니한 건 국회의원들 이마는 하나같이 관록궁이 좋다는 거야. 관상이 그런 거라니까.

그런데 더 죽이는 건 뭔 지 아니? 세상에 죽으란 법 없다는 거야.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를 봐. 눈썹과 눈썹 사이, 그러니까 미간에 세로로 줄이 한 줄 가 있지? 그렇게 미간에 세로로 생긴 주름은 현침문이라고 하거든. 그런데 네 생각엔 왜 저 미간에 주름이 생긴 것 같니?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관상은 어려운 게 아니라니까. 너도 인상을 찡그려 봐. 어때? 미간에 주름이 잡히지? 이 사람도 마찬가지야.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무원을 하다 보니 생활이 불만족스러웠을 거 아냐? 그러다 보니 자연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그게 쌓이고 쌓여 주름이 되었다는 말씀이지.

그럼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 아까도 말했잖아. 세상엔 죽으란 법 없다고. 관록궁 양 옆, 그러니까 양쪽의 관자놀이 윗부분을 천이궁이라고 하거든. 어때? 관록궁하고는 달리 살집도 있고 윤기도 있지. 이런 사람은 돌아다니는 걸 굉장히 좋아해. 그렇지, 이 사람은 공무원 때려치우고 여행사 하면 대박이야. 아참, 그리고 너희들도 어디 여행갈 때 천이궁을 한번 잘 봐. 만약 갑작스럽게 그곳에 색이 검게 변했다면 그 여행은 안가는 게 좋은 거야. 자살 여행이 아니라면 말이야…. 하여튼 오늘 이 남자는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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