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점쟁이는 내가 무슨 점쟁이! 어차피 나랑은 안 맞는 사람이고 또 그 사람이 인생이 꼬였기에 카운슬링 좀 해 준 거야. 앗 따가워! 엄마 왜 때려! 뭐? 오늘 맞선 본 남자랑 살아 봤냐고? 그 사람 인생이 꼬였는지 풀렸는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엄마는 말을 해도. 엄마, 꼭 살아 봐야 알아? 척 보면 아는 거지.

딱 보니까 얼굴 모양이 나하고 상극이더라고. 엄마는 상극이 뭔지 알아? 토극목, 목극금, 금극화, 화극수, 수극토. 사람이 만나서 서로 돕지 상생은 못 될망정 상극은 피해야지. 뭐? 아예 돗자리를 깔라고? 엄마, 엄마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무슨 점쟁이라고 하더라? 내가 정말 무슨 점쟁이야? 돗자리를 깔게. 딸한테 정말 못하는 소리가 없어.

엄마, 난 있지, 엄마한테 효도하려고 이러는 거야. 내가 나중에 엉뚱한 남자한테 시집가서 고생을 바가지로

 
해 봐. 엄마 마음이 편하겠어? 그게 불효 중에 불효라고. 그리고 엄마가 그랬잖아.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아빠 같은 사람은 절대 만나면 안 된다며. 날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그래. 뭐, 뭐라구? 엄마 지금 뭐라고 했어! 나보고 확 촌닭한테나 시집가라고?

“그래, 언니 맞선 본 그날이야. 우리 회사 건물 7층에 사내 극장 있잖아. 그 앞을 지나가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런 촌닭 같은 놈! 이래도 모르겠냐? 이런 소리. 무슨 소린가 싶어 들여 보니 글쎄 제갈병철 대리하고 김민수 대리가 있더라고. 제갈병철 대리가 이러대. 순수견양! 기회를 틈 타 양을 끌고 간다. 내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순수견양? 옥아, 순수견양이 뭐야? “응, 김민수 대리도 똑같이 물어 보더라고. 순수견양이 뭐냐고. 제갈병철 대리가 말로는 순수견양은 은근슬쩍 작전이라는 거야. 뭐 하여튼 제갈대리 말로는 자기만 믿으면 은경 언니는 김민수 대리하고 결혼하게 되어 있대.”

정말? 그 사람들 미친 거 아니니? 아니면 내가 미친 거니? 내가 왜 김민수 대리랑 결혼을 해!
“아니 뭐… 그렇게 흥분할 거는 없고. 언니, 내 말 좀 더 들어 봐. 순수견양의 뜻이 은근슬쩍 양을 훔친다는 뜻인데, 그것의 핵심은 스킨십이라는 거야. 남자는 시각! 여자는 촉각! 여자는 자고로 터치에 약하다나? 하여튼 제갈병철 대리의 말에 의하면 몸이 가까워지면 자연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이니까 막 들이대라는 거야. 그러면서 이런다. 자연스럽게 언니와 접촉할 기회를 가지라는 거야. 예를 들면 산에 가서 높은 곳에 먼저 올라간 다음, 손을 뻗어 언니의 손을 잡아 주든지 말이야.”

무슨 소리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산에 가는 거야. 내려 올 걸 왜 올라가? 내가 그 인간들하고 산에 갈 것 같아?
“안 그래도 김 대리님이 그 얘기 하더라고. 언니는 볼링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제갈 대리가 볼링? 그러더니 그럼 볼링 폼을 교정해 준다며 슬쩍 허리를 끌어안으면 되겠네. 이러는 거 있지?”
그 사람들 정말 미친 거 아냐? 내가 자기들보다 볼링을 잘 치는데 누가 누구 허리를 끌어안는 다는 거야? 하여튼 내가 정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김민수 대리가 정말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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