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그녀의 남자 고르는 방법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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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녀의 남자 고르는 방법 14
  • 성주현
  • 승인 2013.02.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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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이거 웃어야 하니, 울어야 하니? 얼마 전에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김민수 대리한테 맥주를 사는 일이 생겼잖아. 진짜라니까.

나도 내가 김민수 대리한테 맥주를 살 날이 올지는 꿈에도 몰랐어.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다 제갈병철 그 인간의 계략 때문이었던 거 있지? 어떨 때 보면 정말 제갈공명의 직계 후손인 것 같기도 해. 아무튼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얼마 전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복사할 일이 있었거든.

 
그게 또 양이 좀 많잖아? 복사기 앞에서 신나게 복사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복사기가 뚝 멈춰서는 거야. 회의 시간은 15분밖에 안 남았는데 말이야. 둘러보니까 남자 직원들이 어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해서, 뭐가 잘못 됐나 해서 보니까 복사기 전원 코드가 빠졌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걸 제대로 꽂으려는데 누군가 내 손을 덥석 잡는 거 있지?

보니까, 김민수 대리인 거야. 김민수 대리 얼굴이 좀 커? 바로 앞에서 보니까 정말 얼굴이 이따만 한 사람이 날 꼭 어떻게 할 거 같은 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악- 하고 소리를 질렀지. 그랬으니까 사람들이 나 있는 쪽을 쳐다봤을 거 아니야. 김 대리는 한순간에 치한으로 몰린 거고. 그 사람, 그 큰 얼굴이 시뻘게지더라. 그러더니 “그게 아니라요…” 그러면서 자기는 빠진 코드를 꽂으려고 했을 뿐이었다는 듯 그걸 꽂는 거야.

그러다 갑자기 으억~! 하고 비명을 지르며 저만치 쿵- 떨어지는 거 있지? 무슨 귀신을 봤는지 이까지 덜덜 떨면서 말이야. 황당하잖아.

생각을 해 봐. 너 같아도 황당하지 않았겠니?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복사기 코드의 피복이 벗겨져서 구리선이 노출되어 있더라고. 그래! 김 대리가 나 대신 복사기 코드를 꽂다 감전되었던 거야.

그래서 그 감전의 충격으로 이까지 덜덜 떨며 있었던 거고. 정말 황당하지 않니? 그럼, 여차여차 해서 손을 잡은 거라고 말로 이야기하면 되지, 그걸 꼭 꽂아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거냐고? 그런데 왜 이게 다 제갈병철 대리 때문이냐고? 응, 알고 봤더니 그 코드를 일부러 빼 놓은 사람이 제갈 대리였더라고.

그렇게 해서 김 대리가 은근슬쩍 내 손을 잡게 만들려고 말이야. 순수견양인지 은근슬쩍 스킨십 대작전인지 뭐 때문에. 하여튼 난 그땐 그것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머릿속엔 김 대리의 행동이 떠나지 않는 거야.

그것을 용기가 있다고 해야 되나? 아니면 미련한 거라고 해야 되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옥이가 물어 보더라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냐고 말이지. 그래서 내가 물어 봤어. 내가 전깃줄 껍질이 벗겨진 걸 모르고 그걸 콘센트에 꽂으려 했는데, 김민수 대리가 그걸 보고 내 손을 잡았다.

그런데 난 김 대리가 나를 어떻게 하려고 그런 줄 알고 소리를 질렀다. 김 대리는 얼떨결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피복이 벗겨진 전깃줄을 잡고 그걸 콘센트에 꽂았다.

얘, 이게 용기가 있는 거니? 모자란 거니? 그랬더니, 옥이가 무조건 용기가 있다는 거야. 너무 멋지다나. 생명의 은인인데 술 한 잔 안 사면 사람도 아니라면서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해? 옥이 말에 넘어가서 김 대리한테 맥주까지 샀지. 그런데 한 번 아닌 사람은 죽어도 아니더라고. 왜는 왜야? 말도 마. 맥줏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성주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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