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막상 술을 사기로 했는데, 나하고 김 대리하고 둘이 가기가 좀 그렇잖아. 그래서 제갈 대리랑 옥이랑 네 명이 갔거든. 건배할 때까지는 좋았지. 그런데 건배하고 잔을 내려놓으면 분위기가 싸해지는 거야. 왜긴 왜야? 그놈의 사랑의 작대기 때문이지. 제갈 대리는 옥이를 좋아하고, 옥이는 김 대리를 좋아하고, 김 대리는 날 좋아하고…. 이렇게 사랑의 작대기가 얽혀 있으니 분위기가 묘할 수밖에 없지. 그렇게 마땅히 할 말이 없어 서로 멀뚱멀뚱 있는데, 도저히 안 되겠는지 제갈병철 대리가 입을 연 거야. 분위기를 띄우려고 말이야.

어떻게 분위기를 띄웠냐고? 내가 “제갈 대리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라고 했지, “분위기를 띄웠다”라고는 말 안했잖아. 한국 말 한 끝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지? 제갈 대리가 옥이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러는 거야. 러시아에서 가장 불효자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너, 옥이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가 제갈 대리 불효자 얘기하는 건지 알지? 제갈 대리 정말 눈치 없어. 옥이가 김이 팍 샜는지 고개를 돌리니까 제갈 대리가 급해진 거지.

 
제갈 대리가 밑도 끝도 없이 이런 거야. “애비치네 호로새끼” 옥이가 말하면 뭐 하겠냐는 표정으로 한 숨을 푹- 쉬더라고. 제갈 대리는 제갈 대리 대로 “아니요. 제가 옥이씨한테 드린 말씀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제일 불효자 이름이 애비치네 호로새끼라구요….” 이러더라고. 옥이가, “아버지 쪽에 뭐 맺힌 거 있어요? 제갈 대리님은 불효자 얘기 아니면 할 말이 없으세요?” 제갈 대리가 얼굴이 벌개져 가지고 당황하더라고. 제갈 대리가 화 풀라며 옥이에게 건배를 하자니까, 옥이가 싫다는 거야. 다음 주에 쌍꺼풀 수술해서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거기서 또 내가 한 건 했지.

쌍꺼풀 수술은 절대 안 된다고 말이야. 왜냐고? 왜 절대 쌍꺼풀 수술을 하면 안 되냐고? 쌍꺼풀이 뭐니? 겹으로 된 눈꺼풀이잖아. 그런데 관상학적으로 이 두 겹의 꺼풀의 시작과 끝은 서로 붙어 있는 게 좋아. 그런데 이 두 주름이 떨어져 있는 얼굴이 눈이 있거든. 그걸 관상학에선 <첩실의 눈>이라고 해. 그런데 문제는 자연산일 경우 이 두 개의 꺼풀이 거의 붙어 있는데 쌍꺼풀 수술을 잘못하면 이 두 주름이 떨어지게 되는 거지. 쌍꺼풀 수술 한 번 잘못했다가 졸지에 첩되는 거라고. 한번 생각해 봐. 쌍꺼풀 없이 본부인으로 사는 게 낫겠니? 예쁜 쌍꺼풀 만들어서 첩살이 하는 게 낫겠니?

하여튼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김민수 대리가 그러는 거야. “저도 수술대 위에까지 올라갔다 도망친 적이 있습니다.” 뜬금없잖아. 소도 때려잡을 것처럼 생긴 사람이 웬 수술? 궁금하잖아. 그래서 무슨 일로 그랬냐고 그랬더니 글쎄 이러는 거 있지. 맹장 수술을 하러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의료진끼리 그랬다는 거야. 간단한 수술이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김 대리가 수술대 위에서 도망갔다는 거야. 그게 도망 갈 일은 아니지 않니? 그래서 물었지? 그런데 왜 그 말을 듣고 도망가셨어요? 그랬더니, 간단한 수술이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한건 간호사였데. 간호사가 첫 수술을 앞두고 덜덜 떨고 있는 의사한테 한 말이라는 거 있지. 하여튼 그걸 농담이라고 한 거야. 정말 할 말이 없고 어이가 없더라고. 그냥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는데 김 대리는 그게 자기가 정말 웃겨서 그런 줄 알았던 거 있지. 자기들끼리 그러대. 순수견양 작전은 대성공이라고. 그러면서 뭐라는 줄 아니? 다음 작전은 혼수모어래. 그런데 혼수모어가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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