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력 연10만 소요… 젊은 인재 키워야
원천기술 위한 국가차원 R&D 로드맵 필요
민관 협력으로 해외수주 장기 플랜 추진을

국내 건설업은 지난 2012년 6월 해외건설수주 5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또한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2년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국내건설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2011년 9위에서 7위로 올라갔다.

국내 건설업계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기업은 선진국의 유수한 건설기업에 비해 기술력과 자금동원 능력 등에서 경쟁력이 뒤지고 있다. 또한 중국 그리고 인도와 같은 신흥국 기업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도급(공사에 들 모든 비용을 미리 정하고 도맡아 하게 하는 일)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2012년 해외진출 국내 기업들의 경영실적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건설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순이익의 경우 2011년보다 현대건설은 13.85%, GS건설은 약 38% 줄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건설 수주에서 저가출혈 경쟁을 한 결과다. 국내 건설사가 참여하는 해외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새로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국내의 유능한 젊은 기술인재들이 해외에 진출하도록 동기 부여와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국내 건설기업들은 해외사업에서 근로자의 80%가량을 해외 근로자로 채울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국내 해외인력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이들의 채용에 필요한 고비용 구조가 정착화돼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

연간 해외수주 1000억 달러 시대가 도래한다면 해외건설 인력이 연간 10만 명은 필요하다. 높은 기술력과 숙련도를 가진 젊은 해외 전문 건설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군복무를 대신해 근무하는 국내의 젊은 산업기능요원들에게 해외진출 건설기업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고급 해외전문 건설인력으로서 이들이 경력을 쌓을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해외전문 건설근로자의 비과세 한도를 현재의 월 300만원보다 높여야 한다. 이들의 임금이 국내 건설근로자의 것보다 높다 할지라도 세금으로 인해 임금이 예상 외로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 근로자들이 해외근무를 기피할 수 있다.

둘째로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고부가가치 수주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의 기술역량과 신기술 창출 능력이다.

국내최대의 해외 총 공사대금 약 20조원의 UAE(아랍에미리트)원전 건설사업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남긴 업체는 미국 벡텔사로, 단지 원전설계를 할 수 있는 업체라는 이유로 공사대금의 15%인 약 2조9000억원을 챙긴다. 반면 공사를 담당하는 국내업체인 현대건설은 2조6800억원 그리고 삼성물산은 2조1970억원을 공사대금으로 받으며 미국 벡텔사의 공사대금보다 작다.

해외수주를 위한 기업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해외사업에 있어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정부, 공공부문과 기업이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해외건설 수주 확대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은 건설업계가 진출하고자 하는 상대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들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제시해 해외진출 건설사들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제3국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발 원조를 기반으로 한 장기 수주계획을 세우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일본은 엔차관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SOC를 건설하는 데 드는 건설자금을 원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은 자국 업체들에게 유리한 입찰 조건을 가진 해외건설 사업 프로젝트가 발주되게 했다. 즉 차관을 제공하는 일본 측 대표가 입찰 절차 및 업체 선정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또한 일본 업체만이 입찰자격심사(PQ)에 통과되도록 특수 공정과 기술에 대한 실적을 프로젝트 발주 때 제한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해외 건설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에서 개발된 유망한 건설공법과 기술을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소개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와 공공부문에서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그리고 몽고와의 정부 및 민간차원의 기술·인적교류, 국내의 관련 국책·민간 연구소와의 연구개발 센터 설립 등의 움직임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