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이름은 이상우. 생긴 것만큼이나 집안도 빵빵하더라고. 집안이 어느 정도냐면, 내가 선을 본 그 호텔 있잖아, 왜 내가 복주머니에 빵꾸 낸 남자 만나서 충격을 받았던 그 호텔 말이야. 그래 그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상우 씨를 만났다고 했잖아. 그 호텔이 글쎄 그 사람 아버지 거라는 거야.

한마디로 로열패밀리인 거지. 너희들 로열패밀리 텔레비전에서만 봤지? 난 직접 만나 봤잖아. 한번은 상우 씨랑 와인을 마실 일이 있었는데, 와인에 대해 설명을 해 주는 거야.

“그리스 신화를 보면 술의 여신 바커스가 나와요. 거기 보면 디오니소스가 술의 원조인데, 디오니소스가 출생 6개월 만에 처음 만든 술이 와인이죠. 그래서 디오니소스를 술의 여신인 바커스라 하고 인류 최초의 술이 바로 이 와인입니다.” 이러는 거 있지?

김민수 대리랑 백 날 술 마셔 봐. 소주, 맥주밖에 더 있어. 끽해야 소맥이고. 하여튼 상우 씨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왕자님이 분명했던 거지. “와인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하고 물어봤더니 피곤할 때 가끔 마신대. 그래서 또 내가 “회사 운영하기가 그렇게 힘드세요?”라고 물어 봤더니 뭐래는 줄 아니? “그 덕분에 와인을 많이 마셨고, 오늘 이렇게 은경 씨에게 얘기를 해줄 수 있으니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요.” 이러는 거야. 얘, 재벌 2세가 그렇게 얘기하는 데 뿅 안 갈 여자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정말 그 순간만큼은 신데렐라가 우습게 보이더라니까. 김민수 대리? 솔직히 너라면 그 상황에서 김민수 대리가 눈에 들어오겠니?

 
김민수 대리, 제갈병철 대리 보는 앞에서도 보란 듯이 그 재벌 2세를 만나고 그랬지. 그래야 김민수 대리도 하루빨리 날 포기할 거 아니야. 그런데 그게 내 결정적인 패착이었던 거야. 난 포기할 줄 알았는데 그 인간들은 포기 대신 마지막 발악을 준비했던 거 있지.

나중에 옥이한테 들은 얘기인데 제갈병철 대리가 김민수 대리를 옥상으로 부르더래. 그러더니 사다리를 가져와 옥상에 있는 정자 위에 걸쳐 놓고 풀이 죽은 민수에게 게임은 지금부터라며 사고부터 치자고 했다는 거야. 정말 웃기지 않니?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사고는 무슨 사고? 당사자인 김민수 대리도 웃겼나 봐. 허탈했는지 이러더래. “사고? 손도 못 잡아 봤는데, 무슨 사고를 쳐 인마!” 그러니까 제갈병철 대리가 “내가 인마, 책임지고 너 은경 씨에게 장가 보내 준다고 한 말 잊었어?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나 제갈공명의 직계 후손 제갈병철이야!”라며 큰소리를 쳤다는 거야.

김민수 대리, 제갈 대리가 나한테 장가 보내 준다니까 손을 덥석 잡으며 그러더래. “어… 어떻게 하면 되냐? 내가 너 시키는 대로 다할께” 그러니까 제갈병철 대리가 김민수 대리한테 아까 세워둔 그 사다리 위로 올라가라고 했던 거야. 갑자기 웬 사다리? 영문을 몰랐지만 김민수 대리가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어? 제갈 대리가 올라가라니까 올라간 거지.

김민수 대리가 사다리를 타고 정자 지붕으로 올라가니까 제갈병철 대리가 글쎄 사다리를 치우더래.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황당하잖아? 그래서 김민수 대리가 그랬대. “왜 그래 인마! 나 같은 놈은 떨어져 죽으라고?” 그랬더니 제갈 대리가 씩- 웃더니 그러더래. “상옥추제!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

김민수 대리가 그 말에 눈이 똥그래졌다는 거야. 다 큰 어른이 그러고 있는 거 보면 웃기지 않겠니? 그런데 정말 웃긴 게 뭔지 아니? 내가 그 작전을 시작으로 조금씩, 조금씩 그 인간들에게 말렸다는 거야. 상옥추제 작전이 어떤 거였냐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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