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넘어설 생산기술 경쟁력 필요
한국은 ITㆍ통신기반 강해 융합환경 최적
전문건설 미래는 ‘고유기술 창조’에 달려

건설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는 주장에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불경기다. 과거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분위기다.

대기 물량은 있지만 정부 재정 여력이 소진된 데다 민간자본의 시장 유입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내수시장보다 대체 시장인 해외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많다. 해외시장은 10개 이하 대표기업의 실적이 대부분으로, 시장은 있지만 경쟁력이 없거나 경험과 지식 부재로 포기하는 업체들이 대다수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는 시장은 플랜트상품이라지만 비중은 전체 시장의 30% 내외다. 나머지 70%는 토목과 건축 상품시장이다. 국내업체들은 토건시장은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 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매력이 없다는 단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작게는 1.6배에서 크게는 3.5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연한 주장일수도 있다. 단지 인건비만이 경쟁력을 상실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기업의 인건비는 국내와 비교해 1.5~2.5배 정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점유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국내 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 업체를 넘어설 수 있는 생산기술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건설기술력의 상대 비교는 건설상품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공기(T)와 생산가격(C), 품질(Q)과 성능(P) 등 계량으로 측정된다. 해외도급시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생산기술력과 공사기획 및 시공설계와 관리 역량이다. 생산기술은 하드웨어적 기술이지만 기획 및 관리, 공법설계 등은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우리가 신흥국 기업에 비해 다소 앞서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생산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별 의미가 없다. 기업의 규모가 작거나 전문공사업체일수록 소프트웨어 기술력보다는 승부를 하드웨어 기술력 확보에 걸어야 한다.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군은 초고층건축, 초장대교량, 원자력발전소 등을 핵심 상품으로 선정해 경쟁력을 보강하고 있다. 대기업군이 핵심 전략 상품군으로 선정한 몇몇 상품의 시장은 2~3% 미만에 불과하다. 95% 이상은 보편적 상품으로 구성된 시장이다. 중소기업, 특히 전문공사업체라면 보편적인 시장에서 어떤 생산기술력을 가져야 하는지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 기업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 신흥국 기업에게는 없지만 한국기업에게 가용한 기술이 있다.

첫째는 가장 최근에 완공한 상품에 대한 경험과 검증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자랑거리다. 둘째는 신흥국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부재 혹은 모듈공법화를 제공할 수 있는 불럭제작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비록 타 산업이긴 하지만 조선이나 자동차 부재 제작업 기술이다. 셋째는 정보(IT)와 통신(C)기술을 재량껏 활용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다. 넷째는 국내업체들이 독특하게 지니고 있는 건설공사에 대한 헌신적인 충성도다. 회사가 어렵더라도 계약을 한 공사는 반드시 완공시키는 사명감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기업은 가지지 못한 독특한 문화다.

매해 1월 셋째 주에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은 올해 4가지 주제 중 하나로 산업간의 경계벽을 허무는 융합기술을 선정했다. 미국국가정보위원회(NIC)가 4년 단위로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및 미래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4가지 현상 중 하나로 융합기술의 등장 및 확대 추세가 꼽혔다. 현재와 미래를 지배할 기술력의 대세가 이종 산업간 융합기술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건설이 신흥국 건설업체와 비교해 고유하게 창조해 낼 수 있는 기반기술력이 융합기술이다. 전문공사업체가 신흥국 기업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조선산업의 제작기술을 정보통신기술과 함께 새로운 건설융합기술을 창조해 내는 것이 차별화된 기술이다.

세계 최강인 조선산업의 핵심은 전문화된 정보와 제작업 기술력을 가진 공급가치사슬(SCM)체계에 있다. 배라는 완성상품은 대표적인 중공업회사가 담당하지만 개별 부재나 불럭은 2,3차 제작·공급업체의 몫이다. 건설과 비교하면 일반건설업체보다 전문공사업체의 기술력이 산업의 생산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이다.

전문공사업체의 미래 먹거리 확보경쟁은 한국이 가진 장점을 어떻게 융합해 기업의 고유한 기술을 창조해 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융합기술개발 전략이 중국기업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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