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약벌로 보증금몰취는 부당” 판결
지체상금도 계약이행 보증 범위 내 책임
수급업자 제재 수단 악용은 ‘불공정행위’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으로 하여금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대표적으로 각종 보증제도를 활용하거나 계약서에 금전적인 손해배상 규정을 두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후자의 경우로, 공사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에 관한 규정을 둠과 동시에 계약의 이행지체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지체상금’에 관한 규정 또한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은 민간건설공사에서의 도급계약뿐만 아니라 국가 등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계약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러한 공사도급계약에서 만일에 수급인이 자신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계약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여 계약이 해제되었다면 도급인은 위 계약조항에 따라서 수급인에 대하여 계약이행보증금 및 지체상금을 동시에 청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벌’의 성격을 띠고 있고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양자를 별개로 보아 도급인이 그 전부를 청구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실제, 과거 대법원에서는 계약이행보증금과 지체상금을 별개로 보아 도급인이 계약이행보증금은 몰취를 하고 지체상금은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는 것에 대해서 손을 들어 준 사실도 있었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와서 대법원은 단순히 도급계약서에 계약이행보증금과 지체상금이 함께 규정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아 몰취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도급계약서 및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결정될 의사해석의 문제이고,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40597 판결, 2001. 1. 19. 선고 2000다42632 판결 등).

위와 같은 판례의 경향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왜냐하면, ‘(전문)건설공제조합’ 이 수급업자들에게 계약이행보증서를 발부해 줄때 계약이행보증이라는 것은 만약 피보증업체인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도급계약이 불이행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공제조합은 도급인에 실제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계약이행보증금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면 되기 때문이고, 수급인의 입장에서도 계약이행보증금의 의미를 ‘실손해’의 보증이라는 의미로 한정되어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이행보증서가 마치 계약 불이행에 대한 제재 즉 위약벌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도급계약의 목적이 된 공사의 완공이 지연되는 경우에 그 지연으로 인하여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의 채무(지체상금)라는 것도 계약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이행보증의 범위 내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급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제때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으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을 몰수당하고 재차 지체상금의 책임까지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지체상금이라는 것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 판례의 확고한 견해이고 그 금액이 또한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에 의하여 법원에서 적당히 감액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계약이행보증의 범위는 실제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실손해의 보전이라는  근본적인 취지에 따라서 엄격히 해석이 되어야 함에도, 실제 건설업계에서는 계약이행보증의 제도가 마치 수급인에 대한 제재 내지는 압박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보이지 않는 불공정 행위이다.    /박영만 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