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현 글 방상호 그림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니? 널 살리려고 너 대신 차에 치인 남자가 네 무릎을 베고 쓰러져 있으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그렇지! 나도 제발 죽지만 않게 해 달라는 마음뿐이었다니까. 그런데 김 대리가 숨을 안 쉬는 것 같은 거야. 그래서 혹시 죽은 건 아닐까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무슨 영문인지 부르르 몸을 떠는 거 있지? 그때 누가 그러더라고!
“인공호흡을 하세요! 빨리 인공호흡을 하세요!”라고 말이야.
내가 언제 인공호흡을 해 봤겠어? 사람 하나 살린다 싶은 생각으로 불어 대고 빨아 댔지. ‘불어 대고 빨아 댔다’라는 표현이 좀 그렇지? 하지만 너도 그 상황 겪어 봐. 아무 생각 없어지더라고. 그냥 불고 빠는 수밖에 없어. 그런데, 김 대리가 눈을 번쩍 뜬 거야. 주위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며 박수를 치고 난리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김 대리가 눈을 뜨고 뭐래는 줄 아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면서 그러는 거야. 진동으로 해 놔서 그런 거라고.

“단지 제가 어머니를 닮아서 좋은 거예요?”
그랬더니 이 남자 뭐라고 했는지 아니?
“아니요, 어머니를 닮아서 더 좋은데요.”
그러더니 나를 보며 씩- 미소 짓더라고. 그때 내가 미쳤지. 왜 그랬는지 마음이 뭉클하더라고. 내가 뭐라고 나 같은 여자를 이토록 좋아해 줄까? 너무 고맙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 어차피 내 인생의 첫 키스라면 좀 더 확실하게나 하자고 말이야. 그래서 이번엔 인공호흡이 아니라 진짜 키스를 했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데서 말이야. 그때 사람들 완전히 난리 났다니까. 박수치고 휘파람 불고 여기저기서 사진 찍어 대고….
그때 코 낀 거지 뭐.
어쩌겠어. 생명의 은인이고 이미 뽀뽀도 한 사인데 남은 건 하나밖에 더 있겠어?
뭐? 황당하다고? 그럼 뭐 하러 관상 공부를 한 거냐고? 얘! 내가 관상 공부 10년 하면서 알아 낸 게 뭔 지 아니? 남자는 얼굴 볼 거 없다는 거야. 남자는 그저 자기만 사랑해 주면 그게 최고라니까. 그리고 처음에 말했잖아. 내가 관상 공부를 한 건 나를 지켜줄 용기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너, 우리 민수 씨보다 용기 있는 남자가 또 있을 것 같니? 얘, 남자 인물 볼 거 하나도 없어! 내가 주저리주저리 관상 얘길 꺼낸 건 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야. 남자 인물 볼 거 하나 없어.
나를 봐. 괜히 관상 타령 하다 정말 내 사랑을 못 볼 뻔 했잖아. 내가 진짜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남자 얼굴 볼 거 없어. 중요한 건 너의 남자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가? 바로 그거지. 얼굴을 보지 말고 마음을 봐야 돼. 내말 무슨 말이지 알았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다 너. 알았으면 끝!
[성주현]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