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는 시공계획ㆍ소장ㆍ기술자의 합작품
실행 계획이 정확했다면 어닝쇼크 안생겨
한국은 ‘각본 따로 실행 따로’ 탓 문제발생

국민들이 보는 TV연속극은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 등 3각 체계를 통해 만들어진다. 물론 좋아하는 배우에 따라 드라마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기를 좌우하는 것은 각본이다.

건설공사에도 각본이 있다. 시공계획, 소장, 그리고 기술자가 3각축을 이룬다. 연속극과의 차이는 시공계획을 필수조건으로 보기보다 계약서에서 요구하는 성과품으로 보는데 있다. 즉, 소장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공사 혹은 사업을 소화하려고 한다. 만약 연속극이 각본 없이 감독과 배우로만 구성된다면 연속될 수 없는 ‘논픽션’으로 끝나 실패한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사에서 시공계획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실행과 무관하게 문서로서만 존재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끝날까? 필자의 경험적 판단으로는 공기지연과 공사원가 상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국내 일부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입은 수천억원의 영업 손실을 ‘어닝쇼크’로 표현하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형업체인 G사는 5354억원, S사는 2189억원이라는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했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를 ‘어닝쇼크’로 받아들인다. 국내시장에서는 최저가낙찰제가 원인이고 밖으로는 해외시장의 손실 때문에 상장사 중 상위 8개사의 1분기 손실액만 23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어닝쇼크라는 의미는 예상보다 크게 미달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공사 시나리오 혹은 각본에 해당되는 공사실행계획 혹은 수행계획이 있었다면 결과는 쇼크가 아니라 이미 예측했던 결과다.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한 어닝쇼크가 아니라 손실은 사전에 예측되었던 것이며, 회사 영업수지 혹은 재무구조가 충분히 흡수 가능했기에 경영전략 차원에서 발생한 계획 손실에 불과하다는 정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의 주식 값도 반 토막 날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세계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 어느 회사의 공사 각본과 사업운영방식에 관한 내용을 뒤돌아보게 된다. 공사 각본은 입찰참가 준비 단계부터 시작된다. 연속극 각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입찰준비팀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지식과 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돼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제안서를 제출할 당시에 이미 공사 수행계획은 완성돼 있고 공기나 입찰금액에 대한 리스크의 크기도 회사 지식 데이타베이스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제안서 작성팀과 회사의 전문조직과 데이터베이스가 공존하고 있어 입찰 내용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시킨다. 계약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명된 후 제안내용과 발주자 요건 사이에 차이가 협상을 통해 조정·확정되면 계약서 서명으로 계약이 발효된다.

계약이 발효되면 통상적으로 45~60일내에 공사수행계획서와 공정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된다. 공사수행계획서와 공정표는 계약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공사수행계획서는 공사 각본에 해당되며 공정표는 드라마 방영 일정표가 되는 것이다. 연속극은 당연히 각본과 일정에 따라 촬영 및 방영되지 감독이나 배우 개개인 취향은 배제된다.

공사 각본도 공사 수행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항상 계획대비 실적이 함께 비교된다.  국내와 같이 계획되지 않는 어닝쇼크가 일어나는 건 극히 예외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문제점 발생 전에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예방조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 발생 후 취해지는 사후 약방문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기본이다.

일감이 다급한 국내사들이지만 최근에 발생한 어닝쇼크 때문에 해외시장 자체를 포기하거나 혹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수주경쟁력보다 사업 소화역량을 더 염려한다. 소화역량이 개인역량에 좌우되기보다 회사역량에 의해 좌우되도록 해야 한다. 소화력을 뒷받침하는 공사관리시스템과 조직, 인재 등 3각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구축된 체계는 공사 각본을 만드는데 기본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드라마와 공사의 공통점은 반드시 각본이 필수라는 점이고, 차이는 연속극은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데 국내기업의 공사는 ‘각본 따로 실행 따로’라는 점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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