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2)

버들을 노래함(詠柳)

벽옥장성일수고(碧玉?成一樹高)
만조수하록사조(萬條垂下綠絲條)
부지세엽수재출(不知細葉誰裁出)
이월춘풍사전도(二月春風似剪刀)

푸른 옥 장식한 듯 높다란 나무
수만 개 초록 비단 띠 드리웠네.
자그마한 잎 누가 재단했나 싶었는데
이월 봄바람이 가윗날 같구나.

문득 갑자기 달라진 주위 환경에 놀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사무실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은 직장인이나 학생이 우연히 밖을 나섰다가 갑자기 확 바뀌어 있는 계절을 느끼고 당황하는 일이 잦을 것이다.

시는 당나라 때의 하지장(賀知章)이 쓴 ‘버들을 노래함(詠柳)’이다. 나처럼 무심히 지내고 있었을 시인의 눈에 어느 순간 푸른 옥을 장식한 듯 싱싱한 녹음을 자랑하며, 수만 개의 초록 비단으로 만든 허리띠 같은 버들가지가 늘어져 바람에 하늘거린다.

번역에서 ‘푸른 옥’으로 풀어놓은 ‘벽옥’은 남조 송나라 여남왕(汝南王)의 애첩 이름으로도 유명하니, 날씬하게 하늘거리는 버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중의적(重義的) 표현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어쨌든 그제야 봄을 느낀 시인은 작고 섬세한 버들잎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연한 초록빛에 물기를 가득 머금은 앙증맞은 잎들이 긴 가지에 촘촘하게 붙어 있는 걸 보니 새삼 이월의 봄바람 즉 대자연의 정교한 솜씨가 감탄스럽다.

미시적인 일상에 매몰되면 누적된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거창하게 여행이라도 다녀와 기분전환을 할 처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주변을 둘러보는 습관을 길러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보도블럭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잡초나 화단의 꽃잎 하나라도 유심히 보면, 여태 간과하고 지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송이 민들레꽃을 이루는 씨앗의 수를 세어본 적이 있는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물고 가는 개미의 용쓰는 표정은 평상시와 어떻게 다를까?

하루 일과의 피로를 텔레비전 시청으로 풀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껏 대안으로 찾은 헬스클럽의 판에 박힌 운동기구들 역시 육체의 생리적 기능은 유지시켜주지만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식물의 초록빛과 하늘의 푸른빛이 육체와 정신의 활기를 북돋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배운 기억이 있다. 그러니 가끔은 시멘트로 닫힌 공간을 벗어나 바람과 햇빛 속을 산책해 보자. 언젠가는 그런 습관으로 자신을 스트레스에서 조금은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새빛출판사 제공〉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