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3)

왕륜에게(贈汪倫)

이백승주장욕행(李白乘舟將欲行)
홀문안상답가성(忽聞岸上踏歌聲)
도화담수심천척(桃花潭水深千尺)
불급왕륜송아정(不及汪倫送我情)

나 이백이 배에 타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물가에서 답가 소리 들려오네.
도화담 못물은 깊이가 천 자이지만
나를 보내는 왕륜의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다네.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다. 특히 어려움에 부닥쳐 시름겨울 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자체로 커다란 함이 된다.

시는 이백이 쓴 ‘왕륜에게’다. 시에 등장하는 왕륜은 유명한 가수로서 학식은 뛰어나지만 벼슬살이에 뜻이 없어 오늘날 안후이 성 징현 서남쪽에 있는 도화담이라는 못가에 은거해 지내던 인물이다.

그는 이백의 시에 감명하여 밤낮으로 암송하곤 했으며, 이백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오래전부터 좋은 쌀과 수수로 술을 빚어놓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백이 안후이 땅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접하고 싶어 한 가지 꾀를 냈다. 그는 곳 이백에서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선생, 유람을 좋아하십니까? 이곳엔 ‘십 리나 늘어선 복사꽃’이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십니까? 여기엔 ‘만 군데나 되는 술집’이 있습니다.

왕륜이 호탕한 선비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이백은 흔쾌히 그의 집을 찾아갔다. 이날부터 왕륜은 매일 좋은 술과 안주를 준비해서 이백과 함께 즐기며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이 시는 이백이 그런 왕륜과 헤어져 길을 떠나면서 쓴 것이다. 배를 타고 떠날 무렵이 되어서야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나타난 왕륜의 송별 방법은 이백이 떠날 당시 무슨 일 때문에 외출했다가 급히 나루터로 달려오는 바람에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둘 사이가 세속의 예법에 구애되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세계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하다.

이날의 작별 이후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짧은 만남 후의 이별이 재회를 기약할 수 없음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것은, 그들의 작별에 천 자가 되는 도화담 못물보다 깊은 정이 담겨 있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리라. 벗이 있다면 만 리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도 그저 하늘이라는 같은 지붕 아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새빛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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