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 경영(4)

죽지사(竹枝詞)

양류청청강수평(楊柳靑靑江水平)
문랑강상창가성(聞郞江上唱歌聲)
동변일출서변우(東邊日出西邊雨)
도시무청각유청(道是無晴却有晴)

버들가지 푸르고 강물은 고요한데
강가에서 당신의 노랫소리 들려오네.
동쪽에 해 뜨고 서쪽엔 비가 내리나니
날씨 흐리다더니 맑기만하네.

원망을 표현하는 방법은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대놓고 쏘아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고, 혼자 앓으며 속으로 곰삭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게 에둘러 표현하여 자연스러운 관심과 변화를 유도하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무딘 사람도 감정의 미묘한 변화가 특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남녀관계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당나라 때의 유우석(柳愚錫)이 지은 ‘죽지사(竹枝詞)’는 남녀 불평등이 제도화된 봉건사회에서 남편에 대한 원망을 풀어내는 여인의 방법을 흥미롭게 음미해볼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체 2수의 연작시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바야흐로 봄빛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버들은 한껏 물이 오르고 강물도 고요하니, 기회를 놓칠세라 남편은 기생들을 끼고 뱃놀이를 겸한 나들이를 떠났다. 하지만 홀로 집을 지키는 아내는 오늘도 눈물만 흘릴 뿐이다. 그런 분위기는 남편이 있는 곳의 즐겁고 맑은 날씨와, 아내가 있는 곳의 비가 내리는 상태를 통해 극적으로 대비되어 있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에서 그녀는 교묘한 방법으로 남편을 풍자한다. 본문에 쓰인 ‘청(晴)’이라는 글자는 본래 비가 그쳐서 날씨가 맑다는 뜻을 나타내는데, 옛날 중국에서 흔히 쓰이던 수사법을 고려하면 이글자는 또 상당히 다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晴’은 중국어로 읽으면 ‘칭’이 되는데, 이것은 감정 또는 애정을 나타내는 글자인 ‘정’과 발음이 같다. 그렇게 되면 마지막 구절은, “당신, 나한테는 ‘난 본래 아기자기한 사랑 같은 건 모르는 무뚝뚝한 남자야’라고 하더니, 기생들하고 노는 걸 보니 아주 사랑과 애교가 철철 넘치는 군요!”라는 원망과 비판의 의미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저주와는 달리, 모든 원망은 상대방과 내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게 된다. 다만 예기치 않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원망하는 방법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새빛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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