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대학원 진학 기피 고급연구 소홀
대학원 졸업생·초급기술자 채용 늘리고
우수인력 뽑는 전문건설엔 인센티브 줘야

최근의 글로벌 경기 악화가 우리나라의 산업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특히 건설산업의 경기 침체는 건자재산업, 소재산업, 제조업, 중장비 설치업, 유통업, 임대업, 금융업, 기타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다 줌으로써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그 영향이 지금 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청년들의 일자리에도 큰 문제를 가져다 주고 있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학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업난에 부딪히다 보니 정부 당국은 학생 취업률을 대학의 중요 평가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중간에서 곤란을 겪는 것은 교수들이다. 물론 가르친 제자를 좋은 기업에 취직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스승으로서 당연한 자세이다.

그러나 학과평가, 대학평가, 교수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자로 작용하다 보니, 2학기에 들어서는 기업체를 돌아다니며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취업문을 두드리고, 이 기업 저 기업을 돌아다녀야 한다.

해가 갈수록 건설업계에 대한 취업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대기업 임원들에게 우수 학생을 추천하면 한두 명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 반영시켜 주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추천이란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교수는 졸업생 1명이라도 더 취업시켜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닐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젠 학생취업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가 그 교수의 능력을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취업의 어려움은 학문 발전의 체계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학부를 졸업한 학생의 대학원 진학률이 급격히 줄고 있는 현상이다. 대학원 입학 정원의 50%를 넘기는 입시율을 갖는 대학이 드물다. 즉, 대학원 학력을 가져 봐야 취업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원 진학보다는 편의점, 식당, 주유소 등에서 알바를 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학문의 지속적 연구나,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인력의 육성도 뒷걸음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조그마한 생각으로 기업은 대학원 졸업생 채용 정책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 만약 기업에서 대학원 졸업생을 일정 비율 채용해 준다면 학생들 입장에서도 대학원 진학과 졸업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고, 진학률도 높아져 학문 및 기술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에서 석박사급 인력의 채용 실적을 기업 평가에 인센티브로 반영하여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부 졸업생의 대학원 진학률이 증가하고, 청년 실업률도 낮출 수 있으며, 대학원에서 고급 전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기업의 현장이나 연구 개발 업무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의견은 설계, 감리, 품질시험, 안전진단 분야에서도 초급기술자의 사용 비율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초급기술자는 주로 대학을 막 졸업한 기술자를 말한다. 초급기술자는 현장에서 그 능력을 직접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현장 여건상 중급, 고급기술자를 선호한다. 초급기술자가 아직 능숙하지 못하다 하여 외면한다면 초급기술자는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지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의 중급, 고급, 특급 기술자도 초급기술자 시절이 있었다. 선배의 가르침을 보고 배워서 성장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많은 중소전문건설사, 전문기술 용역사 등으로 우수한 청년들이 자랑스럽게 취업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대학생의 머릿속에는 중소, 중견기업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이들 기업은 소위 ‘을’로 취급되므로 4년제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소 전문건설업은 건설산업의 근간이며 바탕이다.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우수 인력이 무시된다면 건설산업의 발전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건설 관련 모든 심사 평가에 있어서 초급기술자의 활용, 대학원 졸업생의 채용을 높게 평가할 수 있도록 인력 활용 제도를 개선하거나 새롭게 만들어야한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에게 큰 혜택을 주는 인력 채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설업계의 인력 공급 및 순환구조에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