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7)

망부석

망부처(望夫處)
강유유(江悠悠)
산두일일풍부우(山頭日日風和雨)
행인귀래석응어(行人歸來石應語)

남편 돌아오길 기다리는 곳에
강물만 유유히 흐르고
산머리엔 날마다 비바람 계속되는데
길 떠난 남편 돌아오면 돌이 말을 하리라!

길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야기에는 어느 하나 슬픈 사연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도 고기 잡이를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바닷가에 서 있는 돌을 볼 때면 그 안에 단단히 응어리진 그리움과 원망, 기약없는 세월, 그리고 남편 외에는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처지로 고단한 살림살이에 찌들어야 했던 생전의 삶 등 온갖 상념들과 동정심이 한꺼번에 치민다.

설령 날마다 다툴지언정 부부란 미운 정 고운 정을 함께 나누며 붙어살아야 하는 존재고, 특히 봉건사회에서는 여성이 자식 외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남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풍랑 몰아치는 바다에 나간 남편이 살아 돌아올 가망은 거의 없다 하더라도, 아내의 처지에서 그의 죽음을 인정하기란 끔찍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나라 때 왕건이 쓴 ‘망부석’은 그런 아내의 모습을 짧고 깊이 있게 묘사했다. 남편 돌아오길 기다리며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 끝에는 망망한 수평선만 들어오고, 세월은 하염없이 흐른다. 그래도 날마다 높은 언덕 위에 오르는 그녀의 발길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멈추지 못한다.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이상의 수많은 사연, 그리고 남편의 빈자리가 가져다줄 엄청난 두려움이 그녀를 그곳으로 떠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끝내 기다림에 지쳐 눈물이 마르고 혀가 굳고 가슴이 식어버린 채 바위로 선 그녀는, 아직도 남편에게 해줄 말이 많다. 생이 끝나면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연의 이치마저 거스른 채 기다리고 있으니 그 한이 얼마나 깊을까!

망부석은 그리움이 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생명을 넘어 영원으로 정조준된 바위 여인의 시선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의 시간이, 재회의 희망이 넘실거리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기다림은 끝이 있다.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픔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김규민의 노래 ‘옛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새빛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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