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태로 빚어진 소위 ‘갑을’관계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어느 정당은 ‘을’을 위한 정당임을 자처하면서 재빠르게 시류에 편승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갑과 을은 상거래상 계약의 당사자들이지만, 대개 갑이 계약의 주도권을 쥐는 우월적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갑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과 거래관계를 지속하려 든다. 여기서 갈등은 시작된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이 그 힘을 내세워 횡포를 부리면서 약자인 을은 불공정거래의 피해를 입게 된다.

갑의 횡포와 불공정거래가 심각한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건설업이다. 대기업인 종합건설업체들은 원도급업체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갑의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다. 하도급업체들은 을이라는 약자적 지위로 인해 각종 불공정행위에 시달리기 일쑤다.

오죽하면 국회가 하도급법을 개정해 불공정하도급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도입했을까. 공사를 해주고도 대금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건설산업 선진화니 하는 구호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앞장서 갑의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스카 경기도회는 지난 4월 한 지자체가 발주한 소규모 공사의 품에 대해 현장실사를 벌인 바 있다. 회원사가 수주, 시공중인 현장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직접 현장실사를 거쳐 품을 조사한 것은 협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경기도회의 현장실사를 계기로 소규모 공사 품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현장실사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만간 전례없는 현장실사 붐이 일 전망이다.

전문건설 포장공사업체에게 총공사비 2800만원에 발주된 이 공사에는 10평도 채 안 되는 33㎡ 크기의 아스콘포장공사가 포함돼 있다. 아스콘포장공사에는 아스팔트표층·기층 각 14만4342원, 프라임·택코팅 각 1485원, 보조기층포설 및 다짐 7만4120원, 동상방지층포설 및 다짐 8만4230원 등 총 70여 만원의 공사비가 계상됐다.

33㎡밖에 안 되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아스콘포장공사이므로 70여 만원으로 공사를 끝내라는 일방적 요구인 셈이다. 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자기편의적인 갑의 발상인가. 비록 10평이 안 되는 소규모공사라도 이 아스콘포장공사를 시공하기 위해서는 아스팔트스프레이를 비롯 아스팔트 다짐기인 플레이트콤팩터 및 진동롤러, 타이어 로더, 살수차 등 장비가 반드시 투입돼야 한다.

경기도회의 현장실사 결과 이들 장비를 임대하는데만 400여 만원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공사비의 6분의1에 불과한 돈을 주면서 시공을 강요한 갑의 횡포가 실사를 통해 드러났다.

건전한 갑을관계를 조성하려면 민간도 중요하지만 정부, 지자체 등 공공 부문부터 달라져야 한다. 정부 스스로 불공정행위를 자행하면서 민간부문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나선다면 수긍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최광섭 코스카 경기도회 회원지원실장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