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8)

술잔 앞에서

백세무다시장건(百歲無多時壯健)
일춘능기일청명(一春能幾日晴明)
상봉차막퇴사취(相逢且莫推辭醉)
청창양관제사성(聽唱陽關第四聲)

백 년을 살아도 건강한 때만
봄이라지만 맑은 날 며칠이나 될까?
만나면 잠시나마 사양 말고 취하며
옛 이별 노래의 네 번째 구절을 들어보게나.

달관한 이별의 형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 소개하는 방법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시는 백거이의 ‘술잔 앞에서’ 가운데 네 번째 작품이다. 순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삶에서, 막상 건강하고 기분 좋은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다분히 술기 오른 세계관 뒤에, 헤어짐의 아쉬움이 숨어 있다.

깊은 감정과 생각은 인간의 불완전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보다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이나 묵묵히 잡아주는 손길의 체온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이다. 다만 침묵이란 여전히 어색한 것이라, 그런 상황에서 커피 한 잔이나 술 한 잔이 많은 것을 보완해 주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구절에 있다. 번역에서 ‘옛 이별 노래’라고 한 ‘양관’은 사실 백거이보다 약간 이른 시기를 살았던 왕유가 지은 시를 곡에 얹은 ‘양관삼첩(陽關三疊)’을 가리킨다.

벗과의 이별을 노래한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시는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위성은 원래 진나라의 수도였던 함양을 한나라 때 바꿔 부른 명칭으로, 지금의 산시성 위수라는 강의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왕유의 벗 원상은 형제 서열이 둘째기 때문에 ‘원이’라고 칭했다. 먼 변방으로 떠나는 벗에게 왕유는 주절주절 작별의 아쉬움을 얘기하기보다 술을 권한다. 그것은 이제 중원을 떠나 낯선 이역으로 가면 이처럼 따뜻한 우의를 갖고 함께 한 잔할 친구도 없을 테니, 이 잔에 담긴 내 마음을 담아 가라는 작별인사와 같다.

그 때문에 이 우아한 이별 노래는 ‘위성곡’ 또는 ‘양관곡’이라 칭해지며, 이미 당나라 중엽부터 자주 불렀다. 다만 원래의 시가 짧은 탓인지, 노래로 부를 때는 각 구절을 반복해서 불렀기 때문에 ‘양관삼첩(陽關三疊)’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백거이는 멀리 떠나는 벗에게 우정을 담은 술 한 잔을 시인답게 돌려 권했던 것인데, 지식이 짧은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새빛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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