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코스카 경남도회
사무처장
 
 
요즘이야 다양한 색상의 한복과 두루마기가 있지만 옛날에는 대부분 흰색이어서 가을철 성묘 시기가 되면 민둥산 곳곳에 하얀 성묘객의 행렬들이 마치 두루미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초등학교때 수업 중 저 멀리 산등성이의 하얀 물체가 포착되면 그날 나머지 수업은 끝이다. 벌써 마음은 성묘 떡에 가버렸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적었던 시절이라 제주들은 동네 꼬마들에게 음식을 조금씩 나눠 주는 인심이 있었다. 또 음식을 얻어 먹는 즐거움은 결혼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릇도 흔치않아 커다란 박바가지에 3~4인분씩 같이 주던 떡국을 재럽으로 찍어서 먹던 기억들…. 거기다가 좀 더 넉넉한 집안의 결혼식이면 떡도 배급받는 보너스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정겹기도 하고 사람사는 정이 흠뻑 느껴지는 추억들이었던것 같다.
 
그런데 그때 있었던 웃지 못할 일이 문득 생각난다. 친구의 큰집 결혼식에 어김없이 동네 꼬마들이 모여들었다. 떡 광주리를 든 아저씨 앞으로 줄을 섰고 나는 줄의 맨앞에, 우리 친구는 줄의 중간쯤 섰었다. 그때 친구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골골 골고루 나눠 줘라” 평소 말을 더듬던 분이신데 그날따라 좀 더 더듬었다. 잠시 후, 친구 아버지의 또 다른 말씀, “대대 대충 나눠줘라” 앞 뒷말이 안 맞아 왜 그런지 봤더니 내 친구가 그제야 떡을 받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친구가 떡을 받기 전에는 ‘골고루’였고 받고 난 후는 ‘대충’이었던 것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우리들은 그 말이 놀림감이 되어 한동안 친구들 간에 ‘골골 골고루, 대대 대충대충’이라는 말이 요즘 개그맨의 유행어 이상으로 유행했었는데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 건설업계의 하도급 대금지급이 ‘골골’도 ‘대대’도 아닌 지급유예다. 하도급대금은 공사를 시공한 댓가로 받는 당연한 계약상의 권리이지 잔칫집에서 나눠 주는 떡도 아닌데도 말이다.
 
발주자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을 하도급자에 전하지 않은 것은 배임죄에 해당이 안 되는지, 또 공사대금이 하도급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는 정부는 관리감독을 태만히한 직무유기가 아닌지 알아 볼 일이다.
 
굳이 어설픈 법률용어를 인용하며 억지를 부려보는 뜻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너무나 떳떳하게 지켜지지 않아서 법의 존재감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라 하겠다.
 
새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랜 시간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5월 28일 공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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