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10·끝)

장안에서 주인집 벽에 쓰다

세인결교수황금(世人結交須黃金)
황금부다교불심(黃金不多交不深)
종령연낙잠상허(縱令然諾暫相許)
종시유유행로심(終是悠悠行路心)

세상 사람들 사귀는 데엔 황금이 필요하여
황금이 많지 않으면 사귐도 깊지 않다네.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잠시만 그렇게 지낼 뿐
결국엔 길 가다 만난 남처럼 무심할 뿐이라네

사람들도 결국 끼리끼리 어울리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교유에 경제적 여건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춘향전’이나 ‘신데렐라’ 이야기에서처럼 옛날 신분제 사회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에도 신분과 경제적 여건이 중요한 벽으로 작용했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신분의 벽을 넘어서는 지순한 사랑이 성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열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현실의 불가능한 것에 대해 가지는 소망을 반영할 뿐이다. 심지어 현대 사회에서도 경제력과 직업 등에 의해 만들어진 신분의 벽은 여전히 완강하다.

여기 예로 든 당나라 때의 장위가 쓴 ‘장안에서 주인집 벽에 쓰다’라는 시 또한 그 오랜 폐해를 쓸쓸하게 고발한다. 사귐의 깊이는 결국 황금의 양에 의해 좌우되고, 신분의 귀천과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이루어진 사귐은 그야말로 사교적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체면치레나 실익이 없는 경우는 마치 길을 가다 스쳐 지나는 사이처럼 그나마 건성으로 하던 인사조차 주고받지 않는 무심한 관계로 변할 뿐이다.

한나라 말엽에 만들어진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가운데도 이미 그런 세태에 대한 풍자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과의 사귐을 그렇게 계산적으로 하는 것은 얼마나 비정한 일인가! 오로지 출세와 성공만 추구하며 죽마고우조차 돌보지 않는 삶에 무슨 온기가 있겠는가?

문명의 역사는 편리함과 효율적인 이익을 추구해 왔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화의 역사는 따뜻한 인정이 충만한 삶의 가치를 자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비정한 세태에 대해 고발하고 풍자하는 이런 노래들도 결국 그런 폐단을 바로잡자는 반성과 계몽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새빛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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