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많은 경험을 쌓아 일에 노련한 사람을 뜻하며, 맏형은 여러 형제 중 장남을 말한다.

차이점이라면 노장은 막내로 태어나더라도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맏형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맏형은 많은 세월과 경험을 쌓지 않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책임감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노장 같은 역할을 잘 한다는 점이다. 결국 노장과 맏형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가부장 시대에 맏형은 부모를 대신하여 집안 대소사를 챙기기도 하였으며, 그 집안의 대표얼굴이기도 하였다. 때에 따라서 아우에게 양보를 하기도 해야 하고  참아야 할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안 중대사를 결정할 경우 장남은 부모의 카운터파트너이자 결정권자가 되는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그만큼 감당해야 할 역할도 크고 리더십도 요구되는 자리라는 것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구단이 있다.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다. 한 팀은 10여 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다가 금년에는 가을 야구를 펼칠 가능성이 큰 구단이며, 또 한 팀은 가을 야구 초대는커녕 신생구단에게도 뒤지고 있는 꼴찌 팀이다.

전자는 노장들이 앞장서서 팀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신인들의 파이팅이 넘쳐나는 마치 쌍둥이가 움직이는 듯하며, 후자는 노장의 부재 속에 신인들의 시험무대가 반복되면서 한 쪽 날개가 꺾인 독수리 형국이다. 노장의 리더십과 맏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계를 보면 전반적으로 노장의 리더십과 맏형의 힘을 가진 자가 부족하다. 특히 건설업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노장과 맏형의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은 그 역할을 외면한다. 오히려 수동적, 퇴행적 행태를 보여 주고 있다.

대기업은 어려울 때일수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부모격인 정부의 사업파트너로서 중요 정책을 수행하고 건설경제를 짊어지고 나가는 리더십과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

여러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가 미처 동생에게 해 주지 못한 부분을 맏형이 챙겨 주기는커녕 부모가 뒤늦게 동생에게 주려던 관심도 시샘이 나서 방해하고 나부터 챙겨 달라고 아우성친다면 그 집안 꼴이 뭐가 되겠는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처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거창한 리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노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노회(老獪)한 늙은이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맏형이라는 자가 내 것은 양보하지 않고 동생의 몫을 차지하려는 못난 형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배인호 코스카 중앙회 정보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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