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시장 매년 커져 2025년 8700억불
한국기업 해외수주 0.4%뿐 아직 걸음마
원천기술 확보·시장 다변화 등 서둘러야

유엔환경계획(UNEP) 조사에 따르면 연평균 1000리터 이하의 물을 사용하며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2000년에는 5억 명이었으나 2025년에는 4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도시화 현상으로 인해 인구 집중과 함께 물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들은 도시민들에게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분수대나 샤워시설 그리고 수세식 화장실 등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는 시설들로 가득 차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인구의 약 60%인 49억 1000만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또한 세계 물 시장 규모를 보면 2007년에 3600억불, 2010년에는 5000억불 그리고 2025년에는 수자원 고갈과 도시 집중화의 심화로 8700억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세계 물 시장에 대해 국내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져 1990년에 단지 70여 개에 불과하던 물 관련 기업이 2010년에는 164개로 늘어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물 산업은 2010년 약 19억 달러의 해외수주를 하였는데 이는 세계 물 시장 점유율의 0.4%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내 물 산업이 커지고 있는 세계 물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가급적 빨리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 국내 물 산업이 치열한 해외 물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로 국내 물 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 부문에의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 물 산업은 펌프·정수설비 등과 관련된 ‘제조 부문’, 토목 및 파이프 재생과 관련된 ‘건설 부문’, 설계·운영·관리와 관련된 ‘서비스 부문’으로 나눠진다.

공정별로 보면 국내 물 산업의 해외수주 실적은 상하수도와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에서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큰 운영·관리 부문에서는 지난 10년간 전체 수주실적 중 0.2%에 불과하다. 서비스 부문에서의 물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설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플랜트 분야에서도 단지 시공만이 아닌 설계기술력의 제고를 통해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둘째로 국내 물 산업은 시장다변화를 통해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국내 물 산업은 매년 10~20여 건의 새로운 사업을 해외 물 시장에서 수주하고 있으며 이 중 중동지역에서의 수주가 8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중동지역에서의 수주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예로 국내 여러 건설 대기업들은 중동에서의 저가 수주 경쟁의 여파로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따라서 국내 물 산업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앞으로 빠른 경제성장이 기대되며 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지역으로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로 해외 물 사업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에 소요되는 기자재들의 국산화율을 제고하는 등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 국내 물 관련 기업들은 노력해야 한다. 국내 물 관련 기업은 설계, 구매, 시공, 시험 운전 지원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EPC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 부족으로 비싼 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외산 기자재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 물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물 산업 관련 기자재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이 국내에서 지속돼야 한다.

넷째로 물 산업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장기간의 사업으로 이를 위한 효율적인 자금조달(PF)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물 펀드 조성은 국내 물 산업에 암시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 일본 정부는 민간회사와 함께 해외의 물 사업에 큰 규모로 투자하는 1000억엔 규모의 물 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물 산업도 거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신흥국 물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이러한 한국판 물 펀드 조성이나 ODA(공적개발원조)자금 등의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 산업 관련 학회·협회, 연구기관, 산업체 등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연구, 기술, 인력, 마케팅 기능을 서로 공유하고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물 산업 해외진출 파너트십(Partnership)과 같은 ‘물 산업 공동협력기구’를 구축해야 한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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