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은 녹조와 적조를 크게 확산시켰다. 녹조는 4대강과 맞물려 더욱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녹조는 수온이 20도 이상인 더운 날씨가 7일 이상 계속될 때 수중의 남조류가 번식함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다. 남조류는 남조식물 또는 남조세균이라고도 하며, 1500여 종으로 이뤄진 원시 광합성 생물이다. 남조류는 민물에 흔하지만, 바닷가의 조수 웅덩이, 조간대의 물보라가 미치는 곳에서도 많이 자라며 몇몇 종은 바다에 떠다니며 살기도 한다.

남조류는 엽록소 외에도 여러 가지 색소를 가지고 있어 실제로는 많은 종들이 녹색·갈색·노란색·검은색·붉은색으로 나타난다.

남조류들이 민물에서 녹색으로 번식하면 녹조가 되고, 바다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면 적조라고 불린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해마다 녹조와 적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산업폐기물과 생활오수 등이 강물과 바닷물에 광범위하게 유입되면서 오염이 가속화하고 부영양화가 급속히 진행된 탓이다.

부영양화란 오수나 화학비료의 유입 등으로 물에 영양분이 과잉 공급돼 식물의 급속한 성장 또는 소멸을 유발하고 물속의 산소를 빼앗아 생물을 죽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양분이 풍부하게 공급됐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수중생태계에 유기물질이 유입돼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많아지면 남조류의 광합성량이 급증하면서 성장과 번식이 매우 왕성해지고 결과적으로 녹조나 적조가 생기게 된다.

녹조, 적조 등 남조류 번식의 직접적인 요인은 영양염류, 수온, 햇빛 3가지다. 영양염류는 남조류가 자라는데 영양분이 되고, 수온과 햇빛은 광합성에 영향을 줘 남조류 번식의 요인이 된다.

사실 4대강 사업이 녹조를 악화시켰다는 일방적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녹조가 꼭 4대강 사업 때문이라면 사업구간이 아닌 강에서 녹조가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대강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강들이 많이 있다. 다른 강들은 보를 설치하거나 강바닥을 파내지도 않았는데 왜 4대강과 마찬가지로 녹조가 생겨난 것일까.

강바닥을 파고 보를 설치하는 바람에 강물이 고이면서 수온이 올라 녹조가 급속히 확산됐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겠지만, 지속적인 폭염과 적은 강수량이 햇빛과 수온 상승이란 남조류 번식 요인을 제공한 것도 맞다.

녹조를 막기 위해 4대강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 보를 쌓아 물이 고이면 수질이 나빠질 수 있지만, 강 둔치의 불법경작을 없애 부영양화의 요인인 화학비료 유입이 줄어들고, 오염 퇴적물 준설과 오·폐수처리시설 보강에 따라 수질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수질이 어느 정도 나빠지고 자연이 훼손됐더라도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면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녹조와 적조 문제는 시간을 갖고 좀 더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광섭 코스카 경기도회 회원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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